미국 국민들이 미국 경제 전망을 갈수록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NBC와 공동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앞으로 1년에 걸쳐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9%에 그친 반면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률은 30%에 달했다. 경기 전망 설문조사에서 비관론이 낙관론을 웃돈 것은 200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한 요인으로는 유가 급등과 주택 가격 하락,고실업 등을 꼽을 수 있다. 7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답했다. 지난달 갤런당 4달러에 육박하던 일반 휘발유 가격은 현재 3.67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국 경기 악화의 주요인으로 식료품 가격 상승을 꼽은 응답자는 50%를 약간 넘었다.

자신의 경제 상황이 최근 1년간 악화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3분의 1 이상인 반면 전보다 나아졌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0%를 밑돌았다.

이날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류를 제외한 5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보다 0.3% 상승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0.2%를 웃돌 뿐 아니라 2008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공식 발표해 시장의 통화정책 예측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물가관리 목표를 정하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통화정책이 제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선 이달 말 2차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제조업 소비 주택 등 경기 지표가 잇따라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전문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마켓워치는 미국 물가는 예상보다 많이 오른 반면 제조업 경기 등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