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1분에 15대씩 팔리는 TV.'삼성전자가 16일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올 3월 스마트 TV 신제품을 출시한 지 90일 만에 누적판매량 200만대를 넘어섰다. 2006년 '보르도 TV'로 세계 TV 시장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이로써 프리미엄 시장인 스마트 TV 분야에서도 선두자리를 굳히게 됐다고 자평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인터넷 선을 연결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스마트 TV는 통화기능을 뺀 대형 스마트폰이나 마찬가지.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TV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앱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스마트 TV의 판세를 가른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스마트 TV를 위한 별도의 장터격인 '삼성 TV 앱스'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마련했다. TV 업체 간 경쟁구도가 화질과 디자인이었던 것을 콘텐츠 경쟁으로 돌리려는 시도였다. 올 3월 북미 등 세계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은 뒤엔 시장별 소비자 취향을 고려, TV 앱을 기본으로 설치해 판매했다. 예컨대 교육열이 높은 국내 시장에선 TV에 'EBS 수능' 앱을 미리 장착해 팔도록 한 것.46인치 스마트 TV 신제품은 300만원을 훌쩍 넘었지만 시장 반응은 좋았다. 출시 25일 만인 지난 4월 초에 누적판매량 50만대를 넘어섰고 45일째엔 100만대,90일째엔 200만대 기록을 깼다. 삼성전자는 또 스마트 TV가 일반 LCD(액정표시장치) TV보다 최대 100만원가량 비싸다는 점을 감안, 지난 4월엔 32인치 스마트 TV(출고가 기준 130만원)를 내놓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LED(발광다이오드) TV 출시 후 200만대 판매 돌파까지 8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빠른 판매 속도"라고 설명했다.

◆국내는 '뽀로로' 영국선 '벳페어' 대박

지난 5월 말 기준 삼성 TV 앱스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앱은 모두 600여개.전 세계 120여개 국 소비자들이 스마트 TV를 통해 사용하는 유 · 무료 앱을 보면 시장별 소비자들의 특징까지 알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무료 앱 가운데 '구글 맵'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3000원을 내야 하는 '뽀로로의 대모험'은 유료 부문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프랑스에선 집에서 사용하는 가스와 전기 등에 대한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돌체비타(DolceVita) TV'앱이 인기몰이를 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영국은 경기 결과를 알아보고 내기까지 할 수 있는 '벳페어(Betfair)'가 1위를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3개월간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지역에서만 73만대를 판매했고 유럽에서도 71만대가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이상철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 전무는 "국민 스마트 TV로 불리는 6000(32인치) 시리즈와 프리미엄 제품인 9500(75인치) 시리즈까지 가세해 하반기부터는 스마트 TV 판매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