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지수가 대외변수 여파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17일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부진한 지수 흐름엔 IT(정보기술)주 약세도 한몫했다고 진단했다.

오전 11시3분 현재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전날보다 250.96포인트(3.24%) 급락한 7487.12를 기록 중이다.

이는 그동안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작년 11월 수준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이날 장중 7474.64까지 밀려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이달 들어 하루 만을 빼고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LG전자도 6거래일째 약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IT주 부진이 최근 코스피지수 발목을 붙잡았다고 지적했다. IT주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관련주 주가 동향은 코스피지수 흐름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부터 이달 16일까지 코스피지수가 6.64% 떨어지는 동안 전기전자업종지수는 9.87% 밀렸다.

최근 당초 기대와는 달리 세계 경기, 특히 미국 경기가 둔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IT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D램 메모리 등 주요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IT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4조원 이하로 낮추는 증권사들이 나오고 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 분석 대상 IT기업 33곳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5조4106억원이다. 순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7% 줄어든 5조512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출은 65조5072억원으로 10%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IT기업들의 분기 실적이 올해 1분기를 바닥으로 개선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은 유지하고 있지만 그 강도가 예상보다 약하다"며 "최근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D램 메모리 가격 등 제품 가격 하락과 함께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IT주가 주도주인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다음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시기가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이달 들어 9171억원어치 매물을 내놓는 등 기관의 '팔자'가 IT주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송이진 하이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은 "2분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로 기관투자가들이 연초에 IT주를 매수하면서 관련주들 주가가 호조를 보였으나 이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실망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최근 IT업체들의 실적 변동성 등을 고려하면 IT주들은 이제 디레이팅(밸류에이션 하락)기에 진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