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가격이 정부의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매매 시장은 물론 경매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고가 주택이 대거 몰려 있는 강남권 주택 시장이 외면 받고 있다.

부동산 경매 정보 회사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 5월 강남권 경매 물건의 평균 응찰자 수는 4.53명으로 4월(5.31명)에 비해 줄었다. 강남권 경매 물건의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해 12월 7.13명으로 가장 많았다가 올 1월 6.84명, 2월 6.93명, 3월 7.12명 등으로 몰렸다. 응찰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보다 못해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가 많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지난 5월 84.38%를 기록, 85%를 넘었던 올 2월쯤에 비해 하락 추세가 나타났다.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만큼 강하지 않은 상황은 전통적인 아파트 매매 투자 위주에서 ‘임대 수익’을 노리는 투자로 서서히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뜻이다.


전전대, 임대인 동의 필수

부동산 시장이 예전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큰돈 들이지 않고 내 건물 없이 임대 사업을 하는 방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취득·등록세나 재산세 등을 절약할 수 있어 투자 수익률뿐만 아니라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 당연히 사업 실패에 대한 리스크 부담도 덜 수 있다. 내 건물 없이 임대 사업을 할 수 있는 부동산 상품은 건물 임차를 통한 원룸텔, 전전대 임대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필자가 7년 전 처음 부동산 사업을 시작할 때, 한 푼의 돈도 아쉬운 시절이 있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사무실을 공동으로 쓰고 일부 일을 동업하기로 합의하고 약간의 임차료를 지불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존 사업자가 임차인으로 등록한 곳에 필자의 사업자를 중복 등록하려니 여간 고충이 아니었다. 사무실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의 허락만 있으면 중복으로 사업자를 게재하는 게 가능했지만, 임대인의 거절로 다른 사무실을 구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마침 사무실 인근에 33㎡(구 10평) 규모의 소형 오피스텔이 나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35만 원 월세 계약을 했다. 일단 사업자 등록을 해서 걸어놓기만 하고 동업자의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빈 사무실인데 2~3개월간 월세만 계속 나가다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궁리 끝에 임대인에게 양해를 구해 전전대(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하에 다시 임대하는 것)를 하기로 결정했다.

오피스텔이 있는 서초동 교대 인근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의 임차 수요가 풍부해 보증금 없이 월 60만 원에 직장인에게 전전대를 했다. 물론 한 달 월세와 관리비는 선불로 받는 조건으로 맞췄고 별도의 중개 수수료는 들지 않았다. 전전대 수입이 좋을 것 같아 추가로 2채를 더 월세로 계약해 3채를 전전대했다. 한 채에 매월 25만 원, 3채면 75만 원씩 부가 수입이 들어왔다. 지금 보면 큰돈이 아니지만, 당시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큰 힘이 되는 수입이었다.

월세는 매월 25일에 나갔다. 하지만 필자는 이보다 하루 이틀 전에 송금했고 추석에는 과일 박스도 보내 임대인의 신뢰를 샀다. 이후로도 2년 동안 임차인 3명에게 번갈아가면서 중간에 공실 기간 없이 전전대로 세를 놓았다.

법적으로 볼 때 전전대의 성립 조건은 보통 임대인의 허락 하에 이뤄진다. 일반 직장인은 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제외한다고 봤을 때, 매월 60만 원씩 수입이 들어온다고 보면 전전대 임대 사업은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는 틈새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신림동이나 신촌, 홍대입구 등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 전전대 임대 사업을 하기에 유망하다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집주인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전전대 계약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주택임대차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임대물을 제3자에게 재임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즉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재임대하면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건물 임차 통한 원룸텔 사업

“원룸텔 사업에 관심이 있는데요, 매매와 임대 중 뭐가 좋을까요.” 퇴직 이후 임대 사업을 찾다가 원룸텔에 매력을 느낀 김성일(55, 대기업 근무) 씨가 올봄 필자의 회사에 찾아왔다. 직접 매입해 원룸텔 사업을 하는 것과 건물을 임대해 운영하는 것에 대한 투자 문의 차 필자를 찾은 것이다.

이와 같이 장기간 저금리에 따른 임대 수익에 대한 수요 증가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영향으로 원룸텔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마땅히 돈 굴릴 곳을 찾아다니는 일반 직장인, 가정주부까지 원룸텔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원룸텔의 주요 고객은 결혼하지 않은 직장인들이나 근로자들이다. 원룸텔과 같이 고급형으로 운영하는 고시텔도 인기다. 고시원은 과거 고시족들만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요즘에는 대학가 주변과 도심 역세권 등 등·하교와 취업 준비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도시형 생활주택 전문 업체인 베스트하우스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역세권과 대학 주변 상가 중 한 개 층의 면적이 330㎡ 규모에 달하는 상가를 구입하면 통상적으로 18%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330㎡의 한 개 층을 매입하는데 필요한 5억 원과 리모델링 비용 1억9000만 원을 들이면 월 1068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상가 내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원룸 35개를 만들고 방 한 개에 월세 45만 원을 합해 1225만 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공실 10%를 가정한 공실 매출이 매월 1418만 원에 달하고 운영비용 350만 원 등을 제하면 예상 순익은 1068만 원 수준이다. 전체 투자 금액 7억1000만 원과 비교할 때 연 수익률은 18% 정도다.

하지만 건물을 매수할 때보다 건물을 5년 정도 임차해 투자하면 수익률은 30%대로 높아질 수 있다. 건물을 임대하면 투자비용도 2억6000만 원대로 낮아지고 수익이 월간 668만 원까지 올라갈 수 있어 수익률은 30%까지 가능하다. 원룸텔과 고시텔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내 건물 없이 건물을 임차해 사업을 하고 있다. 통상 10 ~20% 만이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신축해 사업을 한다.

임차인에겐 다소 불편한 원룸텔의 임대 수익이 좋은 이유는 원룸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도 있다. 게다가 사회 경제적인 문제로 야기되는 1~2인 가구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충족할 만큼의 임대주택 보급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임대 사업은 ▷접근성이 좋은 역세권 ▷유동인구 노출이 높은 대로변 ▷주변에 상업 시설이 집중된 곳 등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원룸텔은 보증금 없이 서울을 기준으로 할 때 매월 평균 40만~50만 원 사이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보증금이 필요 없는 원룸텔 사업은 한국에서도 곧 매우 친숙한 주거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 BUSINESS 811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