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에 거주하는 주부 한모씨(52)는 '재테크 달인'으로 통한다. 한씨가 점 찍어둔 부동산이 매번 크게 오르면서 친구 친지들의 상담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억2000만원에 사들인 전용면적 77㎡ 은마아파트는 10배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민스런 순간이 많다고 한씨는 토로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파트만 제대로 알면 재테크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오피스텔,상가,토지 등 분야가 너무 많다"며 "언제든 고민거리를 상담할 수 있는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부자들 "멘토가 필요해"
강남 부자들이 멘토를 찾고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투자 노하우를 갖춘 강남부자들이 재테크 전문가들과 장기간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발빠르게 자산관리 정보를 얻고 있다. '묻지마 투자'에도 고수익을 보장하던 시대가 지남에 따라 강남부자들이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 신한아트홀에서는 '고준석 박사의 자산관리 멘토스쿨' 입소식이 열렸다. 앞으로 5개월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부동산,금융,세무 총 3개의 파트로 나눠 마련된 무료강의다. 특이한 점은 한 달에 한 번씩 커피숍에서 모임을 갖고 '강남부자들'의 저자인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이 직접 멘토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이다.
고 지점장은 "평소 고객들을 만나면서 멘토스쿨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정원이 80명인데 400여명이 지원했을 만큼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 30~40%는 이미 재테크 지식이 풍부한 강남부자들"이라며 "자산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자산을 어떻게 지키느냐,더 키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석한 주부 김모씨(48 · 서초동)는 "매일 아침 한국경제신문을 정독하고 지금까지 읽은 부동산 관련 서적만 50여권이 넘지만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며 "상가,단독주택지 등 워낙 상품이 다양해져서 트렌드 따라잡기가 벅차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평생 자산관리 멘토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산관리 갈수록 중요해져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시 부발 · 신둔지역에는 토지전문가인 전종철 강사와 30여명의 주부들이 모였다. 현장답사를 통해 투자가치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이 2009년 개설한 이후 8번째 이뤄지고 있는 현장투어다.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이론보다는 실습을 통해 배움을 얻으려는 분들이 많다"며 "기존에 정보가 빠른 분들도 여러 번 현장투어에 참여하면서 감을 익히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고 강사분과 계속 인연을 이어가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상언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은 "예전에는 무조건 많은 돈을 투자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규모의 경제가 통하지 않는다"며 "투자금 4억원으로 1000만원을 버는 것보다 1억원으로 500만원을 얻는 게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한 팀장은 "한국의 경우 재테크 시장에서 부동산의 힘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투자성향 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이런 분들이 멘토의 필요성을 더욱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저성장 · 고물가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케이스와 투자트렌드를 익힐 것을 조언했다. 한 팀장은 "자산배분에 정답은 없다"며 "부동산 자산 60%,금융자산 40%를 기본 포트폴리오로 삼되 자신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