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내에서 '12인의 순장조'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예수가 그리스도 복음을 세상에 전파하기 위해 선택한 12명의 제자를 일컫는 '12사도'에 빗댄 말이다. 현 정부 출범 때 청와대로 들어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5년간 '운명'을 같이하는 비서관(1급) 이상 참모들을 지칭한다. 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지난 9일 청와대 인사 때다. 이 대통령은 인사를 실시하기 전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나설 사람은 그만두고,임기 말까지 일을 함께할 사람만 남으라고 지시했다.

김희정 전 대변인을 비롯한 출마파들은 보따리를 쌌고, 잔류키로 한 참모들이 '순장조'다. 이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출마를 위해 사표를 준비했으나 고심 끝에 이 대통령의 곁에 남기로 했다. 때문에 이들은 청와대 안팎에서 충성도 면에서 '성골'로 통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순도 100%의 충성맨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좌장'역할을 하고 있다. 김 기획관은 1977년 현대 계열사인 국제종합금융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30년 넘게 이 대통령의 옆을 지키면서 돈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관리해왔다. 이 대통령의 가족사와 재산 등은 'MB보다 김백준이 더 잘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살림을 전적으로 맡길 만큼 그를 깊이 신뢰하고 있다.

김두우 홍보수석은 류우익 전 대통령 실장의 권유로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들어와 정무1비서관,정무기획비서관,메시지기획관 등 요직을 거쳤다. 장다사로 기획관리실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직계다. 정무1비서관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맡는 민정1비서관 등 요직을 지내면서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김명식 인사,김창범 의전비서관은 관료 (각각 행정안전부와 외교통상부) 출신으론 이례적으로 순장조에 포함됐다. 관료들은 길어도 2년 정도 청와대에 근무한 후 부처로 복귀하는 게 통상의 예다. 김명식 비서관은 인사 실무 책임을 맡아 입이 무거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런 점이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첫째 요인이다.

김희중 제1부속실장과 임재현 정책홍보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곁을 지켜온 핵심 참모들이다. 이상휘 홍보기획비서관과 박정하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였던 '안국포럼'창립 멤버다. 이 대통령의 홍보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은 학계(성균관대 교수) 출신으로 2004년부터 이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분야 조언을 시작했으며 현 정부의 핵심 대북공약인 '비핵 · 개방 · 3000(북한 비핵,개방 조건으로 10년 내 1인당소득 3000달러 달성)'구상을 만든 주역이다. 이진규 기획비서관은 정치권에서 선거 기획통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김상협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은 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로 들어왔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