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대외악재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이틀째 하락, 장중 한때 2000선까지 밀렸다. 증권업계에선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둔 증시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70포인트(0.72%) 떨어진 2031.93으로 장을 마감했다.

2050선을 회복하며 오름세로 장을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매물 부담이 커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기관마저 매도 우위로 전환하면서 한때 2008.84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장 후반 낙폭을 줄여 지난달 저점이 놓인 심리적 지지선 2030선은 회복해 장을 마쳤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장중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코스피지수 2030선이 무너지면서 투매 양상이 나타났다"며 "당초 시장 기대와는 달리 세계 경기, 특히 미국 경기가 둔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IT(정보기술)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져 시장 분위기가 더욱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에도 불구하고 투신권 등 기관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코스피지수가 약세를 나타냈다"며 "기관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로스컷(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증시를 이끌만한 새로운 모멘텀(상승동력)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추가 하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증시는 최근 6월 말 미국 2차 양적완화(QE2) 정책 종료에 대한 우려와 난항을 보이는 그리스 추가 지원 문제, 부진한 경제지표에 따른 미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모멘텀 공백기를 거치고 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의 골이 더 깊어지면 매수를 권하겠지만 지금은 모멘텀이 부족한 만큼 소나기를 피해가야할 시점"이라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때는 아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코스피지수 2000선 뿐 아니라 1900선까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2030선에서 몇 번의 저항을 거쳤는데 이후 실질적으로 2000선에서의 지지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추가적으로 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지수 하단은 1900선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초입국면에서 투자가들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시장의 흔들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센터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기가 'V'자형 반등에 나섰기 때문에 방향성이 바뀌면 증시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6월 말 QE2 종료 이후 금융정책 방향 확인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투매에 동참하기보다는 냉정을 찾고 중기적인 시점에서 매매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 팀장은 "매도 시점을 놓친 투자자라면 섣불리 매도에 나서기보다는 박스권 장세에 대비한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프리어닝 시즌에 주가에 악재가 선반영된 경우 실제 어닝시즌에서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어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지수 하락을 부추겼던 대외악재들도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난항을 겪고 있는 그리스 추가 지원 문제가 코스피지수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증시가 최근 상당폭 조정을 받은 만큼 중장기적으론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며 반등 시기를 점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오 팀장은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와 관련해) 7월 중순 그리스 국채 만기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유럽발 채무 우려에서 시장이 다소 벗어나고, QE2 종료 이후의 미국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 7월말께는 바닥이 어느정도 다져지면서 반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등 시점에선 하반기 주도주로 예상되는 자동차, 화학, 정유, 조선, 건설업종 등에 대해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는 조언이다.

한경닷컴 오정민·한민수·최성남 기자 blo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