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인 이른바 반값 아파트(보금자리 주택) 정책이 사실상 폐기될 모양이다. 한나라당은 보금자리 주택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5% 이상으로 높이고 일반분양이 아닌 임대주택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반값아파트란 이름을 더 이상 붙일 수 없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소형 위주로 분양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LH 자금난,토지보상 차질,주민 반대 등으로 원활한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보금자리의 실패는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서민을 괴롭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돼야 마땅하다. 주변시세보다 대폭 싼값에 보금자리를 분양하다 보니 곧바로 로또아파트가 됐고,이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 분양을 기다리는 두터운 대기수요를 만들어냈다. 결국 정상적인 주택거래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민간아파트는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내년까지 32만가구를 공급키로 했지만 실제 공급물량은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시장만 잔뜩 왜곡시킨 결과를 낳았다.

정책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강남 집값 잡겠다고 마구 세금을 때리다 거꾸로 집값을 폭등시켰고,이명박 정부는 서민 · 신혼부부를 위해 반값아파트를 추진하다 주택경기만 냉각시켰다. 의도가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차라리 정부가 아무 것도 안 한만 못하다. 요즘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각종 반값 공약들을 보면 반값 아파트의 전철을 밟을 게 뻔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공짜로 급식하고 반값에 대학 가고, 반값에 진료받을 수 있다는 식이지만 나머지 반값에 대한 비용은 결국 누군가 지불해야 한다. 대부분은 외상, 반값일 뿐인 정책들이 쏟아지는 한국 정치의 타락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