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관장에 대해 사실상 낙제 등급인 '미흡'(D등급)과 '아주 미흡'(E등급)으로 판정한 공기업은 모두 11곳이다. 이 가운데 '아주 미흡' 등급을 받은 조남범 노인인력개발원장과 2년 연속 '미흡'으로 평가된 민계홍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이사장,심호진 어촌어항협회 회장 등 3명에 대해서는 해임 건의 조치됐다.

조택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부단장(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은 17일 "세 명 모두 20개가 넘는 평가지표에서 단 하나의 A등급도 받지 못했다"며 "특히 작년 경영평가에서 지적된 사항들도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원장의 경우 노인일자리 창출 노력과 실적이 매우 저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65세 이상 실업률은 2009년 1.2%에서 지난해 2.4%로 두 배 증가했다. 아울러 직무급여를 도입하지 않는 등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의지도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 이사장도 방사성폐기물이 경주 지역에 반입되는 데 따른 안정화 노력이 부족했으며 처리시설의 운영 및 건설 성과도 미흡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심 회장 역시 휴가일수 과다 등 경영효율화 실적이 미흡했으며 어장폐기물 수거 및 어항시설 안전도 유지관리 등 측면에서 성과가 부족하다는 정부 판단이 내려졌다.

이번에 처음으로 미흡 평가를 받은 전운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전운성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등은 경고를 받았다. 이들 가운데 2008년 취임해 곧 임기가 만료되는 조 사장은 사실상 연임이 어려워졌다. 내년 임기가 만료될 전 이사장과 전 총장도 입지가 상당히 축소될 전망이다.

올해 초 출범한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지만 단 20일 만에 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 사장으로 옮겨 물의를 빚었던 유재홍 전 원장도 경영효율화 실적이 저조했다는 이유를 들어 '미흡' 기관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