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2분기 '실적 악화' 먹구름] D램값·TV판매 정체…美·유럽 경기침체에 삼성전자도 맥 못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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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선방 중이지만 애플 공세에 낙관 못해
"과도한 반응…3분기부터 실적 개선" 전망도
"과도한 반응…3분기부터 실적 개선" 전망도
지난 2일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부친상 빈소를 찾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휴대폰이 2분기에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TV부문 실적 회복 여부에 대해서도 "재고가 많아 힘들다"고 답했다. 다음날 구 부회장의 너무도 솔직한(?) 발언이 시장에 전해진 뒤부터 LG전자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17일엔 7만9800원으로 장을 마쳐52주 신저가까지 내려갔다.
LG전자가 시발점이 된 걸까. 삼성전자 주가가 전일 대비 3.42% 하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SDI,삼성전기,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표 IT기업 주가가 이날 큰 폭으로 동반 추락했다. 2분기 들어 반도체,TV,LCD 패널 등 주요 제품군의 시황이 좋지 않다는 게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이날 주가 동반하락을 두고 "IT업계의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IT,호재가 안 보인다
국내 IT업종 대표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28일 101만4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체적인 업황 전망이 썩 밝지는 않지만 1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작년에 이어 올해도 좋은 실적을 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전반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려 왔다. 이날 종가(81만9000원)는 1월28일 최고가 대비 19.2%나 떨어졌다. 다른 IT기업들의 주가도 삼성전자의 주가 그래프와 비슷한 모양새다.
1분기까지 나름대로 선방했던 IT업종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상승세를 탈 호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를 보면 주력제품인 DDR3 1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12월부터 이달 상반기까지 0.88~1.02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 PC수요가 예상을 밑돌고 있는 탓이다. LCD패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0~42인치 LCD패널값은 작년 초 340달러에서 지난달 237달러까지 떨어졌다. 역시 TV수요가 늘지 않은 것이 패널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TV도 판매량 정체에 허덕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가 3D TV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 하지만 LCD TV 최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 지역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설명이다.
그나마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가 선방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2분기에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량 1위에 오를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경기상황에 따라선 판매 흐름이 예상보다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연말까지 큰 폭 실적 개선 어려울 듯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오늘 주가 급락은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을 견인할 큰 호재는 없지만 악재도 이미 예측 가능했다는 점에서 동반 주가 급락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란 설명이다. 일부에선 신학기를 앞둔 7월부터 휴대폰과 TV 수요가 늘어났던 예년 상황을 감안하면 3분기부터 서서히 IT업종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악재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장기 실적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 악재가 그리스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 및 글로벌 경기침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리스 사태로 북미시장과 함께 TV,휴대폰 최대 시장인 유럽 쪽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자업체 관계자도 "올해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TV와 LCD패널 수요를 이끌어낼 만한 '빅 이벤트'가 없는 것도 문제"라며 "휴대폰 · 태블릿PC 시장도 선두기업끼리 치열하게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노키아와 림(RIM) 등이 실적부진에 시달리면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결과도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