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61)를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으로 선출했다. 항우연 원장은 3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한다. 임기는 3년, 연봉(2011년 기준 · 업무추진비 제외)은 기본급 1억2700만원에 고정수당 · 복리후생비 등 2400여만원을 더해 약 1억5200만원.과학기술 국력의 상징인 항공우주산업을 이끈다는 자부심과 명예는 덤이다.

과학기술분야 기관장은 과학자라면 한번쯤 오르고 싶은 봉우리다. 학문적 능력과 명석한 두뇌는 기본이다. 김 원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거쳐 미국의 텍사스주립대(오스틴)를 졸업했다. 귀국 후엔 모교인 서울대에서 교수로 근무해 왔다. 과학기술계 기관장들은 대개 김 원장 같은 '스펙'을 갖고 있다. 3조원에 가까운 교과부 연구 · 개발(R&D) 예산을 운용하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의 오세정 이사장은 1971년 대입 예비고사 전국 수석을 차지한 수재다.

출연연구원장이 되려면 민동필 기초연 이사장과 김창경 교과부 2차관 등 당연직 이사 4명,대학교수 등 8명으로 구성된 총 13명의 이사진으로부터 7표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통상 20명 내외가 1차로 지원하면 기초연 이사회가 이를 3명으로 압축한 후 표결을 거친다. 관문을 통과하려면 '모범생 DNA'와 '정치적 수완'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평가다. 최근 취임한 정혁 생명공학연구원장은 생명공학분야에서 전문성과 언변을 겸비한 '멀티플레이어'다.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도 원자력분야에서 25년간 한 우물을 파온 전문가이면서 상대를 사로잡는 구수한 입담을 갖고 있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톡톡히 유명세를 탔다. 성악가 같은 목소리 톤과 전문적 이슈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그의 화법은 교과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KIST를 평생 직장으로 삼아온 문길주 KIST 원장은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닫고 있으나 과학기술 이슈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한 달변이다. 최근 중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핵융합 전도사'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도 민감한 정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지만 전문분야와 관련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할 정도로 홍보에 적극적이다.

다만 어렵게 기관장이 됐다 해도 권한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연구인력 수가 기획재정부 규정에 묶여 있어 마음대로 인재를 채용할 수 없다. 최근 A 기관장은 연구용역 관련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B 기관장은 외유성 출장이 빌미가 돼 낙마했다. 전문성을 살리며 조용히 맡은 기관을 챙기는 것이 과학기술 기관장의 최고 덕목이라는 얘기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