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간 민간 CEO, 공무원 등쌀에 다 떠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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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대통령, 작심 비판
정책 탓 중견기업 쪼개기…나라가 온통 비리 투성이
정책 탓 중견기업 쪼개기…나라가 온통 비리 투성이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잇달아 터진 공직자 비리와 수사권 문제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대립 등에 대해 30분간 작심하고 비판했다. 집권 후반기 공정사회를 국정 핵심 아젠다로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 기강 해이와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 눈치보기,부처 이기주의가 심해지는 데 따른 답답함을 표출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 · 차관 국정토론회 모두 발언에서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 투성이 같다"며 "당면한 혼란스런 일을 보면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 접대 관행에 대해 "내가 민간에 있었기 때문에 잘 안다. '을'의 입장에서 뒷바라지를 해준 일이 있다"며 "국토해양부만 그런게 아니라 검사들도 그랬지 않느냐.저녁에 술 한잔 얻어먹고 이해 관계 없이 먹은 거니 아무것도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 공무원들은 과장만 되면 대학 총장들을 오라 가라 했다"며 "공기업에 간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들이 다 떠나려고 한다. 공무원과 주무부처에 시달리고 국회에선 사람 취급도 못 받아 도저히 못 있겠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싸우는 것을 보니 한심하다"며 "검찰과 경찰이 법질서의 중심인 데 밥그릇 싸움을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인정키로 한 데 대해 검사들이 집단 반발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또 "차관에서 정신무장이 안 되고 장관이 되고,공직자로서 쭉 경험해 왔던 관습이 몸에 배여 있으니 새로운 창의력이 안 나올 수 있다"며 "과거의 공직자 경험에 의존하면 안 된다"고 질책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반값 등록금이 안 된다고 하면 이 기회에 대학의 질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대학이 얼마나 안일하게 해 왔느냐.이번에 (구조조정을)제대로 하면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개혁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웠더니 중소기업 혜택 160개만 사라졌다'는 내용의 한국경제신문 보도(6월14일자 1면 참조)를 언급하며 "열심히 해 중견기업이 됐는데 중소기업 지원이 떨어져 나가 할 수 없이 기업을 쪼개 중기를 만들었다고 한다"며 "우리 정책은 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보따리 싸자는 정신으론 안 된다"며 임기 마지막날까지 분발을 촉구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