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수에게 듣는다] "아시아ㆍ중동ㆍ아프리카ㆍ남미 '新 실크로드'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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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HSBC 글로벌 리서치 센터장
"미국 유럽 중심의 세계경제 대신 아시아 · 중동 · 아프리카 · 남미로 이어지는 '신 실크로드'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은 미국이나 유럽 등 거대 경제권과의 교류가 신흥국 성장을 이끌지만,앞으로는 신흥국들끼리 교역하는 규모가 늘게 되고 이것이 세계 경제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입니다. "
스티븐 킹 HSBC 글로벌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발표한 신흥국 간(South-South)무역에 관한 리포트가 금융회사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화제다. 이 리포트는 '오늘'의 투자 전략을 담고 있지 않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수많은 리포트들 사이에서 '신흥국 간'교류를 강조한 그의 리포트는 단연 눈에 띈다. 그는 신흥국을 역량 있는 수출국가이자 새롭게 열리는 수입시장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면모도 부각시켰다.
킹 센터장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와 철학을 전공했다. 인디펜던트지 칼럼니스트로 일하다 1988년 HSBC그룹에 입사했다. 일본 유럽 미국 시장 등을 분석해 명성을 얻고 1998년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됐다. 홍콩에 있는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기자들과 전화회의(콘퍼런스콜)로 만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세히 밝혔다.
◆"신흥국 교역,40년 뒤 10배로"
킹 센터장은 신 실크로드,곧 신흥국 간 무역이 세계경제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50~60년대 세계 경제는 전후 재건을 위해 급격히 무역량을 늘렸다"며 "신 실크로드에 있는 국가들간 무역도 이와 같은 식으로 짧은 기간에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050년까지 신흥국 간의 교역량은 10배 늘어날 것"이라며 "20~30년 후 중국의 최대 교역파트너는 미국이 아니라 인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몇 가지 '신흥국끼리의 교역 증가' 사례를 추가로 들었다. "두바이의 중국인 관광객은 2009년에 전년보다 50% 증가했습니다. 작년엔 거기서 다시 50% 더 증가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노동자 중 42%는 인도나 파키스탄 사람입니다. 한국이 UAE에 무려 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
그에 따르면 신흥국의 국내 수요 증가는 다른 신흥국의 수출을 늘린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소비자가 TV와 에어컨을 더 필요로 한다면 미국이나 일본의 최고급 제품 대신 한국이나 중국산 제품 소비를 늘리게 되는 식이다. "한국 수출규모에서 대 신흥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50%에서 최근 75%로 늘어난 것이 신 실크로드의 효과"라고 그는 말했다.
◆인프라 투자수요 급증
그는 신흥국 간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신흥국들이 사회기간시설 투자를 급격히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철도 도로 항구 등이다. 관련 원자재와 서비스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1990년에는 글로벌 톱 20 항구 중 중국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세계 톱 10 항구 중 5개가 중국 것입니다. " 킹 센터장은 앞으로 이런 현상이 모든 영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봤다. "콜롬비아를 지나 남미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철도라든가,중국에서 터키까지 이어지는 인도양 항로 구축과 같은 식으로 신흥국 인프라가 굉장한 발전을 보일 겁니다. "
특히 중국의 '투자자'역할이 신흥국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중국은 그간 무역 흑자로 쌓인 돈을 주로 미국 국채에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돈을 전 세계에 투자할 겁니다. 벌써 중요한 인수 · 합병(M&A)거래엔 대부분 중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상은행(ICBC)이 스탠다드은행 지분 20%를 사들인 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가 없어진 1994년 이후 가장 큰 외국자본직접투자(FDI)였습니다. "
◆정치 · 문화 장벽 극복해야
그는 그러나 신흥국 간 교류가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된다 해도 장애물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은 동일한 서구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근본적인 문화 충돌이나 가치관 차이로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됐지만,신흥국 간에는 문화 차이가 교류 확대에 장벽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1950년대부터 20년가량 전후복구 과정의 경제성장 과실은 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따먹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수십년간 경제성장의 과실은 대부분 신흥국에 돌아가게 됩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한 비용감소는 이를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모든 투자자들은 이런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겁니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스티븐 킹 HSBC 글로벌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발표한 신흥국 간(South-South)무역에 관한 리포트가 금융회사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화제다. 이 리포트는 '오늘'의 투자 전략을 담고 있지 않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수많은 리포트들 사이에서 '신흥국 간'교류를 강조한 그의 리포트는 단연 눈에 띈다. 그는 신흥국을 역량 있는 수출국가이자 새롭게 열리는 수입시장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면모도 부각시켰다.
킹 센터장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와 철학을 전공했다. 인디펜던트지 칼럼니스트로 일하다 1988년 HSBC그룹에 입사했다. 일본 유럽 미국 시장 등을 분석해 명성을 얻고 1998년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됐다. 홍콩에 있는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기자들과 전화회의(콘퍼런스콜)로 만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세히 밝혔다.
◆"신흥국 교역,40년 뒤 10배로"
킹 센터장은 신 실크로드,곧 신흥국 간 무역이 세계경제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50~60년대 세계 경제는 전후 재건을 위해 급격히 무역량을 늘렸다"며 "신 실크로드에 있는 국가들간 무역도 이와 같은 식으로 짧은 기간에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050년까지 신흥국 간의 교역량은 10배 늘어날 것"이라며 "20~30년 후 중국의 최대 교역파트너는 미국이 아니라 인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몇 가지 '신흥국끼리의 교역 증가' 사례를 추가로 들었다. "두바이의 중국인 관광객은 2009년에 전년보다 50% 증가했습니다. 작년엔 거기서 다시 50% 더 증가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노동자 중 42%는 인도나 파키스탄 사람입니다. 한국이 UAE에 무려 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
그에 따르면 신흥국의 국내 수요 증가는 다른 신흥국의 수출을 늘린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소비자가 TV와 에어컨을 더 필요로 한다면 미국이나 일본의 최고급 제품 대신 한국이나 중국산 제품 소비를 늘리게 되는 식이다. "한국 수출규모에서 대 신흥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50%에서 최근 75%로 늘어난 것이 신 실크로드의 효과"라고 그는 말했다.
◆인프라 투자수요 급증
그는 신흥국 간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신흥국들이 사회기간시설 투자를 급격히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철도 도로 항구 등이다. 관련 원자재와 서비스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1990년에는 글로벌 톱 20 항구 중 중국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세계 톱 10 항구 중 5개가 중국 것입니다. " 킹 센터장은 앞으로 이런 현상이 모든 영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봤다. "콜롬비아를 지나 남미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철도라든가,중국에서 터키까지 이어지는 인도양 항로 구축과 같은 식으로 신흥국 인프라가 굉장한 발전을 보일 겁니다. "
특히 중국의 '투자자'역할이 신흥국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중국은 그간 무역 흑자로 쌓인 돈을 주로 미국 국채에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돈을 전 세계에 투자할 겁니다. 벌써 중요한 인수 · 합병(M&A)거래엔 대부분 중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상은행(ICBC)이 스탠다드은행 지분 20%를 사들인 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가 없어진 1994년 이후 가장 큰 외국자본직접투자(FDI)였습니다. "
◆정치 · 문화 장벽 극복해야
그는 그러나 신흥국 간 교류가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된다 해도 장애물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은 동일한 서구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근본적인 문화 충돌이나 가치관 차이로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됐지만,신흥국 간에는 문화 차이가 교류 확대에 장벽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1950년대부터 20년가량 전후복구 과정의 경제성장 과실은 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따먹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수십년간 경제성장의 과실은 대부분 신흥국에 돌아가게 됩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한 비용감소는 이를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모든 투자자들은 이런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겁니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