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남북전쟁 직후부터 대학의 교육 목표를 과학기술로 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19세기 말 연구 중심 대학 존스홉킨스대가 설립되고 비슷한 시기 하버드대 총장으로 부임한 화학자 찰스 엘리엇이 강력한 연구 중심 대학 개혁을 선도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전역으로 확장됐다. 김동원 KAIST 문화과학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계가 고장나면 수리공을 부르지만 미국의 웬만한 가정은 창고에 공구를 쌓아놓고 스스로 고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구 · 개발(R&D) 투자액(민간+공공)은 2008년 기준 3982억달러,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 게재 수(2009년 기준)는 34만1038건으로 세계 1위다. 노벨 물리학상 · 화학상 ·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각각 82명, 60명, 94명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계의 공장이자 미국을 위협하는 슈퍼파워로 급부상한 중국은 과학기술을 토대로 세계 1위 국가 자리를 넘보고 있다. SCI급 논문 게재 수는 미국에 이어 2위인 12만7653건이다. 우주기술,원자력뿐 아니라 태양광 전기차 핵융합 등 에너지 산업에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중국에서 과학기술인들의 위상은 남다르다. 중국의 최고 핵심 지휘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9명 가운데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시진핑 부주석 등 7명이 이공계 출신이다.

또 내각의 40% 이상, 관료의 70% 이상이 엔지니어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박인철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칭화대 등 중국 과학기술 인재들의 능력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훨씬 뛰어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독일은 과학기술의 힘을 업고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또 과학기술의 힘으로 패전의 상흔을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과 독일의 국가 R&D 투자액은 각각 1681억달러, 965억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은 세미나와 리서치 프로젝트, 연구형 강사(프리바츠도젠트) 등 현대 서양 대학의 뼈대를 만든 나라다. 독일의 역대 노벨 물리학상 · 화학상 ·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각각 21명, 27명, 16명으로 미국 · 영국과 함께 '빅 3'다.

요즘 경제적 활력이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R &D 능력을 가진 나라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군-산-학 복합체' 개념을 만든 것도 일본이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역대 노벨 물리학상 · 화학상 수상자는 각각 7명으로 아시아에서 독보적이다.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주도면밀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부가 직접 과학기술 펀드를 조성해 연구소와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며 군대를 경영 · 공학대학원에 버금가는 첨단기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이스라엘은 노벨 화학상 분야에서만 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