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프랑스 최대 식품 · 잡화 관련 유통업체인 오샹그룹이 운영하는 오샹여행사,트레킹 전문 여행사인 클럽 아방튀르,테르 다방튀르 등 프랑스 대형 여행사 관계자 10명이 방한했다.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을 포함하는 여행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걷기 여행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의 유명 걷기 코스를 '랑도네(randonnee · 긴 산책)' 상품으로 선보이려는 것이다.

랑도네는 프랑스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1500만명이 걷기 여행을 즐기고 있고,프랑스 전역에 18만㎞의 랑도네길이 조성돼 있다. 걷기여행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이 같은 관심과 수요를 감안하면 세계 유명 트레일에 비해 손색없는 올레길 · 둘레길의 매력과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게 이들을 초청한 박재석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장의 말이다.

박 지사장은 "최근 K팝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랑스 젊은층에는 한류,은퇴자를 포함한 중 · 장년층에는 랑도네와 트레킹,템플스테이 체험과 전통음식 등을 소재로 한국 관광홍보 마케팅을 지속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로 뻗어가는 올레길

올레길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지난해 8월 스위스 레만호수 지역의 와인루트와 제주올레 10코스를 '우정의 길'로 선포한 데 이어 최근 스위스 체르마트 5개 호수길과 올레 6코스를 두 번째 '우정의 길'로 열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스위스의 하이킹 코스에서 제주 올레를 손쉽게 알릴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엔 영국의 대표적 걷기 코스인 코츠월드 웨이(Cotswold Way)에 '제주올레 우정의 길'이 열렸다. 코츠월드 웨이의 정규 노선에서 뻗어나온 샛길로,더슬리 마을에서 시작해 스틴치콤 언덕을 돌아내려 오는 5.5㎞의 순환로를 새로 개발한 것.'우정의 길' 시작점에는 제주올레를 알리는 조랑말 모양의 '간세'(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제주사투리 '간세다리'에서 따온 말)를 설치했다.

제주올레는 캐나다의 브루스 트레일과도 협약을 맺고 오는 11월 우정의 길을 선포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1월7~9일 '월드 트레일 콘퍼런스'를 제주에서 열 예정이어서 올레길의 세계화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진화하는 올레길

지난 4월23일 제주올레의 스물세 번째 길(18코스)이 열렸다. 제주올레는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정규 코스와 우도 · 추자도 · 가파도 등 부속 섬과 중산간 일대를 걷는 비정규 코스로 나뉘는데 정규 코스가 18개,비정규 코스가 5개다.

가장 최근에 개통된 18코스는 정규 코스로 제주시 동문로터리 산지천 마당에서 출발해 조천읍 만세동산까지 이어지는 18.8㎞ 구간.제주 시내권에 보석처럼 박힌 두 오름(사라봉과 별도봉)과 장대한 풍광이 펼쳐지는 바닷가,포구와 밭,마을 등을 두루 포함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6월 개통된 18-1코스는 제주도에서 가장 북서쪽에 있는 추자도 올레길이다.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추자군도에서 가장 큰 두 섬인 상추자도 · 하추자도의 봉우리를 넘고 넘는 17.7㎞의 매혹적인 길이다.

2007년 9월 제1코스 개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개통된 올레길의 길이는 총 367㎞.각 코스는 14~23㎞,평균 5~6시간가량 걸리도록 개발됐다. 가장 짧은 10-1코스(가파도)는 5㎞에 불과하다. 주로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산길,들길,해안길,오름 등을 연결하며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코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제주도 해안 둘레를 모두 이을 경우 30코스 5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완주에 한 달쯤 걸리는 거리다. 풀밭을 느릿느릿 걸어가는 간세(제주 조랑말)처럼 '놀멍 쉬멍(놀며 쉬며)' 천천히 길을 걷는 재미를 느껴볼 일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