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은 새벽 1시에도 불야성이다. 한 빌딩 건너 성형외과,음식점,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길거리 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네온사인들이 번쩍이고,LCD TV 에선 춤 추는 광경이 나온다. 그 사이를 뚫고 조용히 지나가는 번쩍이는 고급 외제차들.강남은 베벌리 힐스의 로데오 거리보다 훨씬 더 북적이고 사치스럽다. 한국이 이룬 경제성장을 한껏 과시하는 듯하다. 50년 전 내가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강남은 인적이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그런 강남이 반세기 만에 이처럼 발전한 건 확실히 기적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기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고성장의 그늘도 있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1.15 명(경제협력개발기구 · OECD 평균 1.64 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정체상태인 소득과 고용 불안정,과다한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라고 한다. 결국 문제는 서민층의 어려운 살림살이다. 13년째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소비 수준은 4만달러가 넘는 미국이 민망할 정도로 대단하다. 양극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 격차는 분명 남북 분단과 이념 갈등,지역 균열보다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대한민국의 상위 20%는 생활에 큰 불편이 없지만 80%는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빚에 쪼들리는 생활을 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OECD 20개국에 대한 조사 결과 한국의 양극화는 세 번째로 높고 심각한 수준이다. 또 한국은 '사회 안전망이 불안한 나라' 로 지적됐다. 사회보장 부문 사용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3%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았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불만이 많다.

민주정치의 토대는 강력한 중산층이다. 중산층의 몰락은 새로운 빈곤층을 형성한다. 그래서 미국은 중소기업청 (SBA)을 통해 여러 종류의 중소기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중소기업 Jobs Act도 같은 차원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경제협력,대출,세금감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미 의회도 매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여러가지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며칠 전 "대기업들이 경제 발전과 직업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 평가하면서 중소기업 투자를 위해 2억달러를 내놓은 IBM 등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민관협력 이니셔티브 프로그램' 이라고 명명된 정책을 통해 대기업과 연방정부,그리고 의회가 함께 나서서 상호 협조하는 구체적인 안들을 제시했다.

우리도 젊은이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는 정부의 기본책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무너진 중산층을 다시 살려야 한다. 기업은 번 만큼 세금을 내면 되는 것이고,이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중소기업을 위해 재투자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한국경제신문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