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동아제약의 고민 "박카스를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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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데로 번진 '의-약 밥그릇 싸움'
日경우 슈퍼서 팔면 매출 줄던데…판매 보류
의-약 다툼 휘말리면 손해 "소나기도 피하자"
日경우 슈퍼서 팔면 매출 줄던데…판매 보류
의-약 다툼 휘말리면 손해 "소나기도 피하자"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처방의 고유영역을 침범하려 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의 · 약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동아제약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당분간 박카스를 슈퍼에 유통시키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증대에 도움이 안된다는 설명이지만,의 · 약단체 간 분쟁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박카스 슈퍼 판매 '산으로'
약사회는 21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위 2차회의에서 박카스의 슈퍼 · 편의점 판매를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외형상 박카스에 들어 있는 카페인 함유량을 문제삼고 나왔다.
고원규 약사회 이사는 19일 "박카스를 (슈퍼에서) 판매하려면 '무수카페인'의 함량을 낮춰야 한다"며 "합성카페인인 무수카페인은 천연카페인보다 흡수율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박카스의 슈퍼 판매로 다른 음료까지 무수카페인을 넣겠다고 하면 국민들의 카페인 섭취량이 지나치게 늘게 되고,심근경색 등의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카스는 병당(용량 100㎖) 30㎎의 무수카페인이 들어있는데,콜라 1병(250㎖)에 들어 있는 합성 카페인이 23㎎인 점을 감안하면 같은 용량을 비교할 때 박카스의 카페인 양이 2배 이상 많다는 설명이다. 약사회 측은 "박카스를 풀 수밖에 없다면 비아그라나 노레보정을 의사 처방 없이도 약국 판매가 가능한 일반약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국적제약사인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지난해 국내 매출액 387억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급' 전문 처방약이다.
의사들은 약사회의 포문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약사회의 주장이)도를 넘었다"면서 "부작용과 오남용이 우려되는 전문의약품의 일반약 전환은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의사들은 약사회가 연간 3억5000만병이나 팔리는 '효자 품목'을 쉽게 포기할 수 없어 이같이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제약의 딜레마
박카스 생산업체인 동아제약은 곤혹스럽다. 슈퍼 판매의 손익 전망보다는 의 · 약단체 어느 곳으로부터도 미운털이 박히면 안되기 때문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박카스는 기존의 유통방식(도매상)을 통해 당분간 약국 판매만 유지할 방침"이라면서 "(슈퍼 판매가)현재로선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박카스가 슈퍼나 편의점에서 팔리면 수백여종에 달하는 음료수 가운데 하나로 취급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식 박카스인 '리포비탄(다이쇼제약)'의 실패사례를 밟지 않을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리포비탄은 1999년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슈퍼로 판매망을 넓혔지만 초기에 잠깐 매출이 늘다가 다른 음료제품과의 경쟁에 밀려 매출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과 달리 동아제약이 '소나기는 피하는 게 낫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카스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11년 만에 '2차 의약분쟁'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