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1박2일(17,18일)간 열린 장 · 차관 토론회의 키워드는 '내수시장'이었다. 수출과 대기업 경기는 나아지는데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그렇지 못한 원인으로 내수소비 부진이 지목됐다. 이에 따라 내수 살리기 아이디어가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졌다.

일부 대책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향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아이디어를 구체화,이달 중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공공부문 '8-5제 근무' 도입

가장 눈길을 끄는 아이디어 중 하나는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인 공공부문 근로시간(9-6제)을 오전 8시 출근,오후 5시 퇴근의 '8-5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근무시간을 줄여 일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늘어난 시간은 자기계발이나 레저로 돌리자는 취지다.

하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선 "실제 퇴근시간은 안 바뀌고 출근시간만 1시간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8일 토론회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반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일장일단이 있지만 삶의 질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만큼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방학분산제도 거론됐다. 겨울방학을 줄이는 대신 봄방학이나 가을방학을 늘리자는 얘기다. 겨울엔 여행이 힘든 만큼 봄,가을에 방학이 생기면 관광수요가 늘어 내수에 도움이 된다는 아이디어로 재정부가 제안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기 조정 등 초 · 중등 교육 과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대체휴일제 도입 검토도 주목된다. 문화나 복지분야에선 환영하지만,산업계는 공휴일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월 1회 '전통시장 가기'?

골목상권 살리기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전통시장 가는 날'이 제정된다. 정부,공공기관,기업을 중심으로 가족 단위 또는 젊은층의 전통시장 체험 기회를 확대하자는 캠페인이다. 1박2일간의 내수살리기 토론회에서 유일하게 확정된 방안이다. 하지만 캠페인성 정책으로 전통시장이 살아날지는 의문이란 지적이 많다.

◆재정 · 세제 지원은 빠져

토론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주로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계의 소비 여력에 직접 도움을 주는 재정 · 세제 지원은 빠졌다.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총수요를 늘리면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어 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서비스업 규제완화는 이번에도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영리의료법인 시범 허용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의사단체의 반대와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말잔치에 그쳐온 과제가 이번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