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에 반발하는 평검사들의 회의가 검찰 내 최대 조직인 서울중앙지검에서도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검 · 경 갈등에 대해 "한심하다"며 경고성 비판을 한 지 이틀 만에,그것도 휴일에 전격 진행됐다.

1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127명은 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건 내용을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전달키로 했다. 문건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통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통렬하게 반성한다"면서도 "10만명이 넘는 경찰 조직이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을 갖게 된다면 무차별적인 입건과 마구잡이식 수사의 폐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행정 · 사법경찰의 분리,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제도 개혁 전반에 대한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5일 서울남부지검 평검사들은 회의를 열어 서면건의문을 김 총장에게 전달했고,16~17일에도 부산 광주 창원 수원 인천 대구 울산 등 지검에서 평검사회의가 열렸다.

김 총장을 비롯해 대검 주요 간부들도 휴일임에도 출근해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 구본선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를 자청하고 "일본처럼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넘긴다면 검사장이 문제 있는 경찰관을 징계할 수 있는 '징계 소추권'과 경찰의 구속권한 삭제 등의 시행을 논의해야 한다"며 "또 수사개시권을 아예 넘기기보다는 법에 '경찰은 달리 지휘가 없는 한 자율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정도의 추가 문구를 넣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사현실의 법제화 공청회'에 전 · 현직 2000여명이 참석해 검찰을 성토하고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경찰청에서는 부인했지만,지도부가 전국 각지에 있는 일선 경찰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수사권 조정에 대해 이날 발표문을 내고 "오늘날 시대 변화에 맞춰 국가수사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논의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현재의 상황은 학계나 대다수 국민의 의견이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다"며 검 · 경 양측을 에둘러 비판했다. 한편 총리실은 이날 수사권 조정 중재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오늘(19일) 저녁까지 검 · 경수사권 조정논의를 계속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추후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내일(20일) 정부 내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도원/심성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