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 차관들과 청와대 보좌진들이 지난 17~18일 내수활성화를 위한 국정토론회를 열어 각종 제안들을 쏟아냈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1주일에 하루는 못하게 제한해 골목상권을 살리고, 학생들의 겨울방학을 단축하는 대신 봄 · 가을 방학을 신설해 관광을 활성화시키자는 등의 방안까지 나왔다. 정부는 부처 간의 벽을 넘어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차원에서 의견을 나눈 자리였다면서도 검토를 거쳐 실현가능한 것은 구체화시켜 이달 중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담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정부 장 · 차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모아보자고 한 것 자체를 시비 삼을 생각은 없다. 부처 간 장벽이 높고 일선 공무원들이 자기 업무영역 지키기에 매몰돼있는 현실에서는 이런 방식의 연찬회도 나름의 기능과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혹여라도 몇몇 기발한 아이디어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이는 관료들의 지적 수준을 얕잡아 봐서도 아니요 공무원들의 애국심이나 업무에 임하는 열정을 과소평가해서도 아니다.

문제는 공직이라는 원초적 한계에 있다. 정부 공무원들이 일을 잘하려고 무언가를 주물럭거릴수록 사태를 그르치기 십상이고 잘해봤자 새로운 규제 아니면 안해도 될 일을 조장하는 소위 육성 행정이 나올 것이 뻔하다. 이는 장 · 차관 개인의 지력이나 열성 문제가 아니다. 물가를 잡겠다고 하면서 통큰 치킨을 때려잡아야 하고 물가 사정이 다급해지면 기업들을 다그쳐 가격을 억지로 끌어내리는 것이 바로 다름아닌 정부요 공직자의 본질이다. 결국 단기적 효과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손실을 만들어 내게 된다.

정부는 2001년 백화점 셔틀버스를 없앴지만 1인 차량 운행을 늘렸을 뿐 동네 슈퍼마켓에 도움을 줬다는 증거는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국정토론회에서 나왔던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같은 규제들도 마찬가지다. 봄 · 가을 방학을 신설하고 공공부문 근로시간을 오전 8시 출근-오후 5시 퇴근으로 바꾸자는 다른 제안들도 다를 게 없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하는 일은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일을 잘하려 들수록 규제는 늘어나고 공무원의 영향력도 커지게 된다. 뇌물 수수로 파면 해임 등 징계를 받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최근 4년 동안 5.5배나 급증했던 것도 그런 저간의 사정을 잘 말해준다.

장사꾼들이 볼 때 무언가 이익이 날 만한 구석이 있으면 정부가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장사에 나서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내수든 수출이든 장사될 만한 구석을 만들어 내면 그것으로 정부가 할 일은 끝이다. 공무원들이 왜 장사꾼의 일을 걱정하나. 경제는 아이디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