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주도했던 IT산업의 주도권은 이제 구글,애플,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개방형 생태계로 넘어가고 있다. 기존 게임의 법칙들은 속속 무력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신ㆍ구 세력의 충돌이요,피아 식별이 어려울 정도의 영역파괴 전쟁이다. 10여년 전 밀레니엄 벤처 열풍과 거품 붕괴를 경험했던 한국 IT(정보기술)산업도 기로에 섰다. 스마트 기술의 눈부신 확산과 모바일 혁명을 배경으로 또 다른 도전을 맞이하고 있는 것.한국경제신문은 '스마트파워 리더' 100인을 선정해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한다. 무수한 기회가 살아 숨쉰다는 '스마트 & 모바일'시대에 그들의 고민과 성장전략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부로 치고들어가는 것처럼 한국 IT서비스업계에도 새로운 모멘텀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고순동 삼성SDS 사장은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한국 전자업체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준 것처럼 '스마트 & 모바일'혁명은 내수시장에 갇혀 있던 IT서비스업계에 글로벌 도약을 위한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모바일 기기의 확산과 그동안 해외 선진기업들이 구축해 놓았던 IT 인프라 교체수요가 폭증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 시대의 강자 꿈꾼다

고 사장은 특히 스마트 인프라 엔지니어링을 핵심 공략 분야로 지목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모바일 비즈니스에 상당한 경쟁력을 축적해왔다고 자부한다"며 "IBM,엑센츄어 등 해외 IT서비스 강자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고 있는 IT 융 · 복합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해외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현대 사회의 급속한 네트워크화가 IT서비스업을 모든 분야에 필수적인 업(業)의 지위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IT서비스업의 본질은 기술과 시스템을 엮어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입니다.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게 컨버전스 시대의 신시장을 열어젖힐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

고 사장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묻는 질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고객의 성장을 돕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자사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경쟁력을 입증하는 첩경이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 등 혁신활동을 지원하고 △하드웨어-소프트웨어-네트워크 등의 인프라가 최적의 실적을 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의 제품과 서비스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함으로써 경쟁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다는 설명이다.

◆저가 수주 안한다

고 사장은 이 같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 양성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업의 특성상 믿을 건 사람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만 15~25세의 창의적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ICT 멤버십'을 모집하기도 했다. 사내에서 아이디어 연구와 현실화를 담당할 태스크포스 'CCC(Creative Convergence Center)'도 구성했다.

"무엇보다 분위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사내 벤처가 잠잠해졌지만 기회만 된다면 활성화시킬 계획입니다. NHN도 한때 삼성SDS의 사내 벤처였잖아요. "

고 사장은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과의 상생전략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분명 반성할 점도 많다"면서 "앞으로 전략적으로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면 이익이 남지 않는 사업은 가급적 수주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력사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저가 수주는 지양하겠다는 것.또 450여곳에 달하는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해 대금지급 방법 개선이나 협력업체 임직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무 특성상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요. 우리 직원 100명이 일을 하면 최소한 60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필요한 구조예요. 이들을 홀대하는 것은 밥 먹는데 숟가락을 부러뜨리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