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벤츠'로 불리는 체어맨은 쌍용차의 자존심이다. 국내 최고급 세단의 포문을 열었고,한때는 현대자동차 에쿠스보다 연간 판매량이 많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말 새롭게 탄생한 3세대 체어맨H 뉴클래식을 타봤다.

시승차는 최고급 모델인 600S VIP였다. 이 차의 가격은 4695만원.하지만 1억~2억원이 넘는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와 비교해도 편의사양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4000만원대 중반이라는 가격 경쟁력은 다른 브랜드가 결코 따라오기 힘들 정도다.

체어맨H 뉴클래식은 2세대 체어맨H와 기술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지만 내 · 외관이 대폭 달라졌다. 우선 좌우로 멀찍이 떨어져 있던 헤드램프는 라디에이터그릴과 이어진 형태로 바뀌었다. 1세대 체어맨이 그랬듯 메르세데스벤츠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인테리어는 원목과 플라스틱의 조화를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담아냈다. 더운 날씨에 제격인 통풍 시트 덕분에 찬바람을 느끼며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부드러운 촉감의 가죽 원단 아래에서 엉덩이로 전해오는 상쾌함은 단순한 에어컨과 비교할 수 없었다.

체어맨H의 안락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주행 성능은 그대로였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 흡수력은 마치 '구렁이 담 넘어간다'는 표현에 딱 맞는다. 부드러운 승차감에 걸맞게 핸들링도 가볍다. 회사 관계자가 "손가락으로 돌려도 된다"고 말한 게 과장은 아니었다. 여성도 손쉽게 핸들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체어맨H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회장님 차다운 '정숙함'이다. 고급차의 필수 항목인 진동과 소음의 제거는 다른 수입차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제동력도 나무랄 데 없이 부드러웠다. 주차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후방 센서 4개와 전방 코너 센서 2개가 사각지대를 인지한 뒤 거리에 따라 경고음을 울려주는 덕분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