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중국 광둥성 동관에 있는 컴바인윌홀딩스 공장에서는 장남감들이 줄줄이 찍혀 나오고 있었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공장근로자들은 공장 라인에 빼곡히 앉아 더운 기색 하나없이 장남감 부품을 모형에서 분리하고, 채색하고 있다.

공장 한켠에는 '후렌치후라이로 만들어진 로고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 로고가 선명히 찍힌 장남감 부품 설명서가 걸려 있다. 어린이세트를 먹으면 주는 장남감을 컴바인윌은 1992년부터 19년간 제조, 공급해왔다. 그동안 컴바인윌이 패스트푸드 업체에 공급한 모델만 모아도 제품 전시실 한쪽 벽이 가득 찬다. 회사 측은 그러나 장남감 최종 공급업체의 이름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밀유지 계약이 걸려있다는 설명이다.

컴바인윌은 세계 유명 손세정제 브랜드의 용기도 만든다. 역시 브랜드명을 들으면 '아~ 거기'하고 바로 알 만한 업체와 6년째 거래 중이지만 이름은 비밀에 부쳤다. 컴바인윌은 앞으로 이 회사와 공동 연구개발한 손세정제 자동분사기기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렇게 제조업자설계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영위하는 사업부문은 컴바인윌 전체 매출의 70%에 달한다. 그렇다면 세계 유명 업체들이 컴바인윌에 제품을 맡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이먼 치우 경영관리이사(COO)는 "동관은 홍콩과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이 가까워 ODM·OEM 업체가 많다"며 "그 중에서도 컴바인윌은 고객이 아이디어를 내면 제품을 자체적으로 설계, 생산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분의 1이 넘는 장남감 공장들이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도태됐지만 컴바인윌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컴바인윌은 한국에서 조달할 공모자금 267억원 중 229억원과 내부 유보자금을 사용해 ODM·OEM 사업부문을 확대할 계획이다. 3000만달러(약 330억원)을 들여 직원 3000~3500명이 일하는 규모의 신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현재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는 공장 5곳의 직원수는 약 1만2000명이다. 회사 측은 신공장이 설립되면 매출이 연간 5000만~6000만달러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컴바인윌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337억원과 223억원이다.

컴바인윌은 헤드라이트, 공기필터, 엔진커버 등 자동차, 가전기기 금형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이 사업부문은 전체 매출의 16.8%를 차지한다. 영업이익률은 15%로 ODM·OEM(8%)보다 훨씬 높다. 사이먼 CEO는 "자동차 금형은 덴소, 존슨콘트롤즈, 델파이 등을 통해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등에 최종공급된다"며 "아직 한국기업으로부터 수주받은 것은 없지만 한국 시장의 눈높이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려 5년 안에 금형 등 한국기업과의 거래액을 전체 매출의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컴바인윌은 마케팅, 기업홍보(IR) 등을 위해 지난해 4월 서울시 종로구에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컴바인윌은 싱가포르거래소에 2008년 6월에 상장했으며 코스닥시장에는 주식예탁증서(DR)이 아닌 원주 상장 방식으로 내달 2차상장할 예정이다.

총 공모주식수는 1100만주다. 이는 공모 후 전체 발행주식의 25.11%에 해당한다. 최대주주 보유 주식 2410만주(지분 55.02%)을 제외하면 싱가포르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870만주(19.87%)보다 많다.

사이먼 COO는 "원주로 2차 상장될 경우 의결권, 회계장부열람권, 주주제안권 등 DR보유자가 행사할 수 없는 많은 권리들이 보장된다"며 공시도 한국거래소 시간대에 맞춰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컴바인윌은 또 한국 상장 후 6개월 이내에 한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공모희망가는 아직 미정이나 싱가포르시장의 주가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컴바인윌은 싱가포르거래소에서 주당 2430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싱가포르거래소 상장 당시 공모가인 2.3싱가포르달러(약 2000원)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컴바인윌은 오는 27일과 28일에 기관들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한 뒤 다음달 12일에 코스닥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광동성(중국)=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