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장님을 눈뜨게 하고 절름발이를 걷게 합니다. 그렇다면 엔지니어는요?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일을 하죠."

리처드 밀러 올린공대 총장(사진)도 걱정이 많다고 했다. 한국에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는 기자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미국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1년에 배출되는 학사 중 이공계 비중이 한국은 30%가 넘지만 미국은 4%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올린공대의 존재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학생을 배출하는 게 목표인가.

"수학에 능한 엔지니어는 이미 많다. 계산하는 기계가 아닌 창의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공학 혁신가를 배출하는 게 목표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애플리케이션을 창조하는 비전을 갖고 있고 이를 현실화시킬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다. "

▼실제론 학생들은 돈 벌기가 쉽지 않아 공학 전공을 꺼린다.

"돈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몇 년 전 미국 공학한림원이 21세기가 직면한 14개의 새로운 도전과제를 선정했다. 글로벌 안보,건강,지속가능성 같은 것들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이런 주제를 매우 흥미있어 한다. 나는 올린 학생들에게 '엔지니어가 하는 일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술만으로는 공학 혁신가가 되기 어려울 것 같다.

"물론이다. 공학 혁신가가 되기 위해선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첫째 지식이다. 물리 화학 수학 등 엔지니어로서의 기본적인 지식,비용과 수익을 산출하는 비즈니스 지식,그리고 예술이나 가치,열정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둘째는 창의성이다. 이를 위해선 융합적인 사고와 팀워크가 필요하다. 마지막은 동기(motivation)다. 확실한 동기가 있는 사람은 목표한 일을 중간에 절대 그만두지 않는다. "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