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고객 정보 유출 논란을 겪고 있는 NH투자증권이 쓰린 속내를 드러냈다. 올 하반기부터 올 연말까지 대대적인 HTS 정비 작업을 펼치기로 계획하고 있던 상황에서 불거진 사고였기 때문이다.

지난 2일과 16일에 NH투자증권의 HTS에서는 고객 거래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로그램 수정 오류로 다른 고객의 체결 데이터가 HTS상에 표출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 NH증권 측은 "현재까지 다른 고객 체결 데이터가 HTS 상에 표출된 고객은 지난 2일과 16일 각각 1명씩 총 2명"이라고 밝혔다.

NH증권은 이 사고로 인해 주식계좌 5284개, 선물옵션 224개 등 최대 5508개 계좌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출된 정보의 내용은 고객명과 계좌번호, 체결종목, 매수·매도 구분, 수량, 단가 등 대부분의 거래 내역이지만 NH증권 측은 "유출된 내역은 단순체결 정보로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고 화면에 표출됐다가 사라지는 휘발성 자료"라고 강조해 문제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농협의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정보기술(IT) 관련 보안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도 많이 훼손된 상태다. 사건이 발생된 뒤 3거래일 동안 NH투자증권 주가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특히 농협의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두달여 만에 발생한 사고라 시장에 미친 영향력이 더 컸다는 지적이다.

신뢰도에 금이 가면서 NH투자증권의 속이 쓰린 상황이지만 HTS 관련해서 대대적인 개편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내부에서 받아들이는 충격은 더 컸다는 전언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올 하반기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HTS 전면 개편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면서 "개편 작업을 앞두고 IT 관련 사고가 발생해 씁쓸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말 IT 관련 자체 부서를 만든 이후 대대적인 HTS 정비 작업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어 그는 "연말까지 HTS 전면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이와 더불어 전산백업센터 확충과 보안 강화를 위해 3년간의 계획도 마련해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두 사업에 들어가는 총 비용은 57억원(HTS 개편 20억원·보안강화 관련 37억원) 정도다.

한편 이날 현대증권의 HTS 로그인 지연 사태 등 증권사 관련 보안 이슈가 불거지면서 금융감독당국은 철저한 관리·감독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