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우려에 연일 하락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80만원 아래까지 밀려났다. 메모리,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가격 약세로 실적이 부진할 전망이어서 단기간 내 주가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0일 오후 1시 26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만3000원(2.81%) 내린 79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8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LCD TV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가운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주가 하락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 노무라증권 신영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를 4조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낮췄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당초 4조원을 넘었지만 최근 4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시장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한 3조9916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목표주가도 낮아지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2분기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35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들의 주가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화학 다음으로 시장을 이끌만한 업종으로 IT를 주목해왔다"며 "그러나 세계 경기회복 속도 둔화와 개별 실적에 대한 기대가 꺾인 상태에서 시장 대비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최근 IT주들의 주가 급락으로 저평가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최근 한 달간 LG전자 20%, 하이닉스 22%, LG디스플레이 25%가량 떨어졌을 때 삼성전자 주가는 7% 하락, (경기 우려에)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면서도 "LCD 사업부문을 제외한 사업부문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주가 하락도 과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경기둔화 우려에 IT업황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이 안 좋은 상태에서 최근의 실적 우려감을 민감하게 반영한 결과"라며 "장중 무너지긴 했지만 밸류에이션(주가내재가치) 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결국 80만원선에서 지켜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현재 저평가된 주가를 공격적인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2분기 실적 부진에 부분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80만원 아래로 내려갈수록 저점 매수 기회"라고 판단했다.

김 상무는 "LCD, TV 등 일부 사업부문이 부진한 것은 맞지만 IT주 전반에 걸친 부정적인 전망 탓에 특히 민감하게 반영된 감이 있다"며 "2분기 실적이 발표 이후 하반기에 대한 전망이 나오는 시점에서 주가는 다시 튀어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시장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 소식에 기대 주가 반등 시기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