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공모가가 밴드 상단 보다 낮은 가격에 결정되면서 증시 상장 이후 주가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높은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음에도 스스로 몸값을 낮췄기 때문이다.

20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지난 16일과 17일 이틀간 진행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최종 경쟁률 51.9대 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높은 기관의 관심에도 공모가는 밴드 상단(1만6000원)보다 낮은 1만5500원에 결정됐다.

KAI의 수요예측에는 외국계 기관 55개 포함 국내외 총 222개 기관이 참여했다. 특히 수요예측 참여 기관에는 해외 대형 자산운용사 6개 기관도 포함됐다는 전언이다.

KAI 측은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상장 초기 자리매김을 위해 높은 기관의 참여에도 공모가를 밴드 상단보다 낮게 결정했다"면서 "다양한 투자 주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식 시장이 불안한 상황인 만큼 상장 이후 주가를 고려해 스스로 몸값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KAI의 상장 주관을 담당한 우리투자증권 측도 "기관의 수요 예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참여 기관들이 적어낸 공모가 밴드에서 허수를 걸러내고 남은 수요를 보고, 회사측과 협의해 적정한 가격대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행보에 대해서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KAI가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만큼 상장 이후 기업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서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KAI가 높은 청약 경쟁률에도 공모가가 밴드 상단보다 500원 낮은 가격에 결정됐다"면서도 "기관의 경쟁률을 감안할 때 성공적인 수요 예측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KAI가 T-50 고등 훈련기를 개발하는데만 2조원 이상을 들인 것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현재 결정된 공모가 수준보다도 훨씬 더 가치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현재 공모가 기준으로 KAI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한편 KAI는 오는 23일과 24일 이틀간 일반 청약을 거쳐 오는 30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