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 추가지원안이 내달로 연기되면서 국내 증시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문제가 조기에 해결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은 시장에 알려진 사실이라며 지금은 바닥을 다지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20일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추가지원에 대한 합의가 불발됐다는 소식 때문에 지수가 빠졌다"며 "그러나 내달로 추가지원 논의가 연기된 것이기 때문에 합의가 완전히 결렬됐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는 민간 부분의 참여를 이끌어내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유럽연합(EU)이 그리스를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로 만들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며 "시장도 그리스 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 지수의 낙폭이 작았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수의 꼬리가 눌려있기는 하지만 큰 그림에서는 바닥을 다지는 국면"이라며 "이번주 있을 이벤트들을 통해서 긍정적인 이슈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주간 단위로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21일~22일(현지시간)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최근의 경기둔화가 일회성 요인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올 것이고, 23일~24일 예정된 EU 정상회담에서는 그리스 문제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해결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한 연구원은 "외국인이 현물 시장에서 사흘째 순매도를 나타냈지만, 선물 시장에서는 이틀째 매수 우위를 보이는 등 움직임이 다르다"며 "유럽 문제로 인해 망설이는 모습일 뿐 규모로 봤을 때 추세적인 이탈은 아니다"고 전했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5배 수준으로 외국인이 빠져나갈 구간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업종별 대응에 있어서는 기존 주도주에서 정유 화학 자동차 순으로 우선순위를 두라는 조언이다.

김병연 연구원은 "최근 지수의 변동성이 높지만 올라갈 때는 주도주가 상승하는 모습"이라며 "다만 환율과 중국의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정유 화학 자동차 순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유와 화학의 경우 중국 전력난으로 탄탄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는 등 업황이 여전히 좋고, 자동차는 세계시장 점유율 정점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 자동차는 원·달러 환율 강세흐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