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의 꽃' 지점장…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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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銀, 영업점장 하위 10% '삼청교육대'
국민, 올들어 6개월마다 평가…신한, 실적 저조땐 연봉 삭감
외환위기前 '갑'서 이젠 '을'로
국민, 올들어 6개월마다 평가…신한, 실적 저조땐 연봉 삭감
외환위기前 '갑'서 이젠 '을'로
한국씨티은행의 S지점장은 요즘 '삼청교육대' 소집명령이 떨어질까 속을 태우고 있다. 기업고객이 거의 없는 지역인 탓에 올 상반기 평가실적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서다. 그는 "영업실적이 하위 10%에 속하는 지점장은 소위 삼청교육대로 불리는 후선 부서로 발령난다"며 "한번 들어가면 돌아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공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은행원의 꽃'으로 불려온 전국 1만여명 지점장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바로 옆 은행 고객을 빼앗아 와야 할 정도로 전례 없이 경쟁이 심해져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작년까지 1년 단위로 실시했던 전국 영업점장 평가를 올해부터 6개월마다 진행한다. 주기를 단축해 지점장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국민은행 C지점장은 "매달 손익을 집계해 순위를 공개하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영업성과평가(KPI)에선 대출 실적 못지않게 연체율 관리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실적이 저조한 전국 지점장 수십명을 매년 업무 추진역으로 재배치한다. 동료는 물론 부하직원 평가가 포함된 '다면평가' 점수도 반영된다. 이들은 직전 연봉의 83%만 받으면서 전화기 한 대로 혼자서 영업해야 한다. 그래도 실적이 나아지지 않으면 지원역으로 강등돼 연봉이 75%로 깎인다. 신한은행 P지점장은 "대출 예금 카드 펀드 퇴직연금 등 20여개 항목 중 어느 하나만 잘해선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며 "매달 수능을 치르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지점장 평가 때 '경쟁상대'를 20개 단위로 재분류했다. 예컨대 서울 인사동과 효자동 등 비슷한 점포 20곳을 한 그룹으로 묶어 이들 간 경쟁을 유도하는 식이다. 영업점 환경과 종전 실적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다른 K지점장은 "영업이 강조되면서 과거와 달리 본점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도 생겼다"고 전했다.
지점장을 포함한 은행원 정년은 만 58세다. 하지만 90% 이상이 55세가 되면 은행을 그만둔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시점이어서다. 3~4년 더 일할 수는 있지만 연봉이 30~50% 줄기 때문에 퇴직금 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55세에 그만두면 2년치 정도 명퇴금까지 받을 수 있어 대부분 조기 퇴직을 선택한다"고 귀띔했다.
지점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해도 특별히 좋을 게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기업은행의 한 지점장은 "임원으로 승진하면 3년치 명퇴금 3억원 정도를 못 받고 계약직 형태로 전환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라며 "우스갯소리로 회사에 찍히면 임원시킨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외환위기 이전 '갑' 시절을 떠올리는 지점장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시중에 유동성이 적어 은행 문턱이 높았을 때가 피크였다"며 "지금은 영업점장이 혼자 차를 몰고 다니며 고객을 찾아 접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은행원의 꽃'으로 불려온 전국 1만여명 지점장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바로 옆 은행 고객을 빼앗아 와야 할 정도로 전례 없이 경쟁이 심해져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작년까지 1년 단위로 실시했던 전국 영업점장 평가를 올해부터 6개월마다 진행한다. 주기를 단축해 지점장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국민은행 C지점장은 "매달 손익을 집계해 순위를 공개하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영업성과평가(KPI)에선 대출 실적 못지않게 연체율 관리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실적이 저조한 전국 지점장 수십명을 매년 업무 추진역으로 재배치한다. 동료는 물론 부하직원 평가가 포함된 '다면평가' 점수도 반영된다. 이들은 직전 연봉의 83%만 받으면서 전화기 한 대로 혼자서 영업해야 한다. 그래도 실적이 나아지지 않으면 지원역으로 강등돼 연봉이 75%로 깎인다. 신한은행 P지점장은 "대출 예금 카드 펀드 퇴직연금 등 20여개 항목 중 어느 하나만 잘해선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며 "매달 수능을 치르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지점장 평가 때 '경쟁상대'를 20개 단위로 재분류했다. 예컨대 서울 인사동과 효자동 등 비슷한 점포 20곳을 한 그룹으로 묶어 이들 간 경쟁을 유도하는 식이다. 영업점 환경과 종전 실적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다른 K지점장은 "영업이 강조되면서 과거와 달리 본점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도 생겼다"고 전했다.
지점장을 포함한 은행원 정년은 만 58세다. 하지만 90% 이상이 55세가 되면 은행을 그만둔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시점이어서다. 3~4년 더 일할 수는 있지만 연봉이 30~50% 줄기 때문에 퇴직금 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55세에 그만두면 2년치 정도 명퇴금까지 받을 수 있어 대부분 조기 퇴직을 선택한다"고 귀띔했다.
지점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해도 특별히 좋을 게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기업은행의 한 지점장은 "임원으로 승진하면 3년치 명퇴금 3억원 정도를 못 받고 계약직 형태로 전환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라며 "우스갯소리로 회사에 찍히면 임원시킨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외환위기 이전 '갑' 시절을 떠올리는 지점장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시중에 유동성이 적어 은행 문턱이 높았을 때가 피크였다"며 "지금은 영업점장이 혼자 차를 몰고 다니며 고객을 찾아 접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