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4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위기 의식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서울 · 수도권뿐 아니라 영남 지역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대구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에 대한 민심이반 상황은 한나라당 창당 이후 최악"이라며 "이대로 가면 대구지역 12석 중 2~3석밖에 지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난이 가중되는 데다 동남권 국제신공항 백지화 등으로 인해 민심이 광범위하게 이반하면서 총선 전망이 어느 때보다 어둡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도 "전 · 월세난이 서울에서 수도권까지 확산된 상황"이라며 "이러다가는 수도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 팽배하다"고 전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서울 48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예비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경우가 10개 지역에 불과했다. 나머지 38개 지역구는 공천개혁 등의 조치없이는 결과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2년 만에 한나라당을 제치기도 했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부천 · 원미을)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구를 열심히 돌아다니지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너무 인기가 없어 힘이 떨어지고 내년이 불안하다. 저 좀 살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당권주자들도 이 같은 위기 의식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남경필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지금 상황은 2004년 탄핵 때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 의원은 "당시에는 야당으로서 탄핵에 대한 잘못만 빌면 용서도 받는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여당으로서 3년반 동안의 계속된 실정(失政)으로 민심이 크게 나빠져 있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정책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원희룡 의원의 총선 불출마도 이 같은 상황인식과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