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에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건설주가 재평가받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 사태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등 악재는 서서히 걷히는 대신 해외 수주에 대한 기대감에다 국내 건설시장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건설업종지수는 211.16으로 3.08포인트(1.48%) 올랐다. 장 초반엔 3% 이상 급등하며 현대차 3인방과 함께 지수의 상승 반전을 이끌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정유 화학주들이 하락하면서 이날 코스피지수는 0.60%(12.28포인트) 떨어진 2019.65로 밀려났지만 건설주의 분전은 돋보였다.

전문가들은 건설주의 실적 호전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며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주,주도주 공백 메울까

조정장에서 대형 건설주들이 힘을 내고 있다. 코스피지수 등락에 따라 단순히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패턴에서 벗어났다. 코스피지수 낙폭을 줄이는가 하면,때로는 지수를 견인하는 등 시장 영향력도 커졌다. 이날 대림산업은 5.31%(6000원) 상승한 11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대림산업은 이틀 동안 10% 가까이 올랐다. 삼성물산도 3% 이상 상승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장 초반 3%까지 상승했다가 장 후반 약보합(-0.40%)으로 마감했다. 건설주의 실적 모멘텀이 부각되며 중앙건설이 가격제한폭까지 폭등하는 등 중소형 건설사들에도 온기가 퍼졌다.

건설주들이 조정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데다 신용리스크에서도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내달 초까지 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완료할 예정이다. 100대 건설사 중 추가 부실 기업에 선정되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한나라당이 추진해 온 분양가 상한제 폐지안이 민주당의'전 · 월세 상한제 도입안'과 함께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수주 호조가 실적 모멘텀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경기에 의존하는 중소형주보다는 해외 시공 능력이 있는 대형주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해외 수주 물량 확보 등으로 2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개선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경기 회복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파트 사업 관련 재무리스크가 작은 대형사들이 지속적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기관과 외국인도 대형 종목 중 해외 수주 기대감이 높은 종목만 제한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조주형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국내 변수를 충분히 덮을 만한 호재"라며 "건설주에 대한 실적 모멘텀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는 이달을 기점으로 늘고 있다. 늦어도 3분기 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라빅 석유화학콤플렉스 입찰 결과가 나온다. 4분기에는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와 기존 3개 정유공장을 업그레이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발표될 예정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