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US오픈에서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성공 뒤에는 '골프 대디'의 눈물겨운 헌신이 있었다.

매킬로이는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서 5마일 정도 떨어진 홀리우드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낡은 공공임대주택에서 생활했다. 아버지 게리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손님들에게 칵테일을 만들어주며 팁을 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바텐더였다.

가정 형편으로 봐서는 골프를 칠 여건이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직업 덕분에 매킬로이는 골프를 일찍 접할 수 있었다. 집에서 아버지가 일하는 홀리우드골프장까지는 드라이버샷 거리도 안되는 200야드였다. 아버지는 매킬로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매일 그곳을 드나들었다.

매킬로이는 태어난 지 21개월 만에 아버지가 준 플라스틱 클럽으로 골프볼을 치기 시작해 두 살 때 40야드 정도를 날렸다. 네 살 때는 집 복도에서 부엌으로 칩샷을 해 세탁기 입구로 볼을 집어넣는 놀이를 즐겼다. 어떤 날은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열중했다.

아들의 재능을 눈여겨 본 게리는 그를 홀리우드골프장 프로인 마이클 배논에게 데려갔다. "이 아이를 좀 봐 주세요. " 게리는 '스크래치 골퍼(핸디캡 0)'에 근접하는 실력을 갖고 있어 충분히 아들을 가르칠 수도 있었지만 뒷바라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을 그에게 맡겼다.

게리는 레슨비 등 돈을 대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오전에 동네 스포츠센터에서 라커룸 청소를 했고, 오후에는 골프장에서 근무했으며, 밤에는 다시 스포츠센터의 바에서 일하는 등 10년 넘게 '1인 3역'을 했다. 매킬로이의 어머니 로지도 3M공장에서 야간작업을 했다.

오랫동안 이들을 지켜본 배논은 "매킬로이의 부모들은 아들에게 '올인'했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소년 매킬로이의 재능은 뛰어났다. 9세 때 홀인원을 기록했고 미국 플로리다주 도랄골프장에서 또래끼리 경쟁한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11세 때 홀리우드에서 첫 이븐파를 기록했으며 15세에는 첫 프로대회(브리티시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16세 때 아일랜드 해변의 로열 포트러시골프장에서 강풍이 몰아치는 날 61타를 쳤다. 그해 골프에 전념하고자 학업도 접었다. 2005년 2월에는 세계 아마추어 골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그늘'로 만족했다. 극성스러운 '골프 대디' 대신 '조용한 아버지'의 길을 선택했다. 또 "잘난 척하지 마라(Get over yourself!)"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아들이 조금만 우쭐거리거나 들뜨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매킬로이는 '영재 교육'이나 특별 과외를 받아본 적도 없다. 배논에게 배운 것이 지금까지 그가 받은 유일한 레슨이다. 그에게 배우지 못한 '멘탈'의 대부분은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매킬로이가 우승한 날은 '아버지의 날'이었다. 매킬로이는 우승 직후 아버지를 껴안고 "아버지의 날을 축하해요. 이번 우승을 아버지에게 바치겠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을 지켜보는 갤러리들의 마음도 뜨거웠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