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닥터 둠(Dr.Doom)'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 김성노 KB투자증권 이사가 단기적으로는 저점 확인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이사는 올초부터 "미국의 고용이 회복되지 않고 유럽 재정 위기가 잔존해 있다"며 국내 증시 상승에 대해 꾸준히 경고음을 울려왔다. 올초에는 코스피지수 저점을 1700선까지 내다봤으며 지난 5월 전망치를 조정하면서도 업계에서 가장 낮은 1900~2300으로 제시했다.

'그래 내 말이 맞았지'하며 흐뭇해할 만한 시점에서 거꾸로 단기 저점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이사는 "증시가 조만간 단기 저점을 확인,가격 조정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런 전망을 하게 된 배경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4월 최고점 대비 200포인트 정도 하락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적정선 아래로 진입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내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지수 PBR은 1.32배로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PBR 밴드였던 1.25~1.50배의 중간치 아래에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나 실적에서 주가 상승을 이끌 계기(모멘텀)는 없는 상황이지만 밸류에이션 매력이 추가 하락을 어느 정도 지지해 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단기 저점의 의미는 급격한 가격조정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반등에 가장 가까이 있는 업종으로 은행주를 꼽았다. 올해와 내년 PBR은 0.76배,0.70배로 역사적 저점(0.77~0.8배)에 근접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보기술(IT) 업종의 바닥은 3분기로 점쳐 고난의 시간이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이사가 그렇다고 특유의 '비관론'을 포기한 건 아니다. 그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를 감안할 때 코스피지수가 추세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