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고향시장·군수-태안] 삼진정밀, 밸브 개발 20년…'오일·가스용 밸브' 중동시장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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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희 삼진정밀 사장
20년 전 임대 공장 한쪽에 어렵게 구한 자본금 1500만원과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삼진정밀'은 우리나라 우량 중소기업의 발전사와 맥을 같이한다. 정태희 사장은 자체 기술개발이 결국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믿음 하나로 창업 초기부터 신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2010년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기계분야 중소기업 중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보유한 업체가 바로 '삼진정밀'이다.
정 사장은 기계와는 거리가 먼 경영학을 전공했다. 젊은 시절 시간 강사로 뛰면서 경영학 학자의 꿈을 키워 온 그는 갑자기 모친이 중풍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4남1녀 중 장남이라 어머니를 모실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대전으로 내려왔다. 소규모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를 도와 새로운 일을 시작했지만 경영학도인 정 사장의 꿈을 이루기엔 너무 열악했다.
1991년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고 창업한 회사가 '삼진정밀'이다. 사업 초기 판매망을 뚫기 위해 전국을 일일이 돌아다녀야 했고,밤에는 직접 스패너를 들고 조립작업을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며 납품을 해도 높은 불량률 때문에 공급이 중단되는 일은 다반사였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그는 품질과 신용,기술개발만이 제조업의 살 길이라는 사실을 터득했다.
당시 업계는 수입품을 들여다 판매하거나 베끼는 일에 급급한 시절이었다. 낮에는 영업을 위해 수백㎞ 거리를 운전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밤에 회사에 돌아와 신제품 개발에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그렇게 개발한 '양면 소프트실 제수밸브'는 선진국 밸브보다 성능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급신장했다.
매출이 주춤해지면서 국내 상하수도 시장의 한계를 느낀 정 사장은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서 향후 플랜트 밸브 시장,특히 오일 · 가스용 밸브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기술이라면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연구소를 독려해 산업용 밸브 개발에 착수했다. 축적된 기술과 함께 고압 볼밸브를 생산하는 업체를 인수해 2007년에는 새로운 오일 · 가스용 볼밸브 회사인 '삼진JMC'를 설립했다.
세계 시장 개척을 통해 얻게 된 경험으로 산유국에서 사용되는 오일 · 가스용 볼밸브 시장이 확대될 것을 직감했다. 즉시 생산설비와 신뢰성 실험설비에 과감한 시설 투자를 하고 연구 · 개발 인력을 보강했다. 국내 수요가 많지 않았던 당시 유전에 사용되는 고압용 볼밸브와 고온에 사용되는 메탈시트 볼밸브를 잇달아 개발했다. 대형 규격(160인치)을 가공할 수 있는 자동 수치제어 생산설비까지 갖춰 고압 · 고온 · 대형 볼밸브 전문업체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그 뒤 세계적인 오일 · 가스 및 해양 플랜트 전시회에 참석해 메이저 오일 · 가스 회사에 제품을 선보여 2009년 '1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에는 아부다비석유공사 자회사인 TAKREER 등 유수한 업체를 비롯,산유국인 중동국가에 오일 · 가스용 볼밸브를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최근에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난연성을 갖는 재생 플라스틱 소재(파스콘)를 제조해 철도나 지하철의 통신 전력선을 보호하는 케이블 트로프를 생산하는 업체를 인수,'SP&C'를 설립했다. 철도산업이 활성화되면 가볍지만 콘크리트 강도를 보유하면서 먼지 비산 등의 염려가 없고 간편한 시공 때문에 시장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