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발이 당내에 먹히지 않고 있다. KBS 수신료 인상안이 황 원내대표의 입장과는 달리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나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것.민주당은 이에 반발,21일부터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KBS 측과) 질의응답을 하는 중에 표결을 시도한 것은 국회의원의 발언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한선교 위원장을 비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난감하다. 황 원내대표는 기자와 만나 "한 위원장에게 KBS 수신료 인상안을 강행 처리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KBS 수신료 인상안이 6월 쟁점법안도 아닌데 일이 꼬여 6월에 정작 쟁점법안을 협의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를 조정하지 않고 수신료만 올리겠다는 것은 국민의 뜻과 배치돼 상임위 전체회의나 본회의에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황 원내대표가 한 위원장에게 지시한 방안은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 시 퇴장하면 처리하고,이런 상황이 오지 않으면 처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나 분양가상한제 폐지,북한인권법안 등 쟁점법안을 원만히 처리하기 위해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렇게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간담회를 열어 "의사봉도 안 쥐고 소위 위원의 질문도 가로막은 채 회의를 진행한 한 소위 위원장과 한나라당에 의해 저질러진 이번 만행은 원천무효"라며 비난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