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알리 궐석재판 개시…모든 혐의 부인

시민혁명에 쫓겨 사우디 아라비아로 떠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74) 전 튀니지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망명이 속임수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벤 알리 전 대통령은 튀니지에서 자신에 대한 궐석재판이 시작된 이날 성명을 통해 자신은 지난 1월 14일 가족을 사우디의 제다에 내려놓은 뒤 즉시 되돌아오려 했으나 비행기 승무원들이 자신을 놔두고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당시 가족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 것은 외국 정보기관이 자신에 대한 암살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면서 자신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적이 없으며 튀니지에서 도피한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있는 형사법정에서 이날 개시된 벤 알리와 그의 부인 레일라에 대한 재판에서는 수사당국이 기소한 93개 혐의 중 미국 달러와 무기의 불법 소지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다뤄졌다.

벤 알리가 지난해 12월 17일부터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시민혁명 기간에 경찰에 유혈 진압을 지시, 시위 참가자 300여 명을 사살토록 한 혐의 등에 대한 심리는 추후에 군사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튀니지 당국은 벤 알리가 떠난 뒤 대통령궁에서 수백만 달러와 무기, 각종 보석, 마약류 등을 찾아내 부정축재 혐의 등을 입증하는 증거물로 압수했다.

벤 알리는 성명에서 무기와 보석은 외국 사절이 선물한 것이고, 달러와 마약류는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나중에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시위대에 발포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면서 이는 각료들과의 회의 녹취록을 통해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튀니지는 이번 재판을 앞두고 벤 알리의 송환을 요구했으나 사우디는 이를 거부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