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내 계열사 SK E&S와 케이파워의 합병으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겼다는 평가다.

그룹 차원에선 가스 탐사에서부터 발전에 이르기까지 LNG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게 가장 큰 성과다.

SK㈜의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자유로워졌다. 여기에 최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 C&C는 대규모 배당 창구까지 확보하게 됐다.

21일 오전 11시 21분 현재 SK㈜ 주가는 전날보다 7000원(4.11%) 오른 17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가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파워와 지분 67.5%를 보유한 SK E&S의 합병 발표가 기대감을 키웠다.

SK㈜는 전날 발전부문 자회사 케이파워가 도시가스부문 자회사 SK E&S에 흡수 합병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합병 비율을 감안하면 SK㈜는 합병법인 지분 94.1%를 보유하게 된다.

이번 합병이 SK㈜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무엇보다 LNG 사업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LNG 사업과 관련해 생산 및 판매(SK이노베이션)에서부터 처리ㆍ저장 및 복합화력발전용 인프라 구축(SK건설), 운송(SK해운), 발전(케이파워, SK E&S) 등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합병 예정인 케이파워는 광양 LNG 복합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한국전력이 판매 중이며, SK E&S도 2013년 완공 예정인 오성복합화력발전소와 장흥복합화력발전소 건설로 발전 사업에 진출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통해 발전 분야 시너지 창출 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가스전 확보, LNG 플랜트 투자, LNG 발전과 집단에너지 사업 확대, 해외 도시가스 및 발전사업 추진 등 신규 성장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준덕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가 수익 통합을 통해 성장성을 확보하게되면 상장 시 그 가치가 현재 평가액을 크게 상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너지 효과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합병 비율이다. 최 회장이 대주주인 SK C&C는 SK E&S 지분 32.5%를 보유 중이다. 합병 시 케이파워 가치를 낮추고 SK E&S 가치를 높이면 CK C&C가 크게 남는 장사다.
하지만 이번 합병비율만 놓고 보면 최 회장이 지분이 없는 SK㈜ 쪽에 오히려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SK㈜는 합병법인 지분 94.1%를, SK C&C는 5.9%를 보유하게 된다.

이상헌 연구원은 "그간 케이파워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SK㈜ 주가에 부담이었는데, 합병이 불확실성 해소의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케이파워 가치를 낮게 평가함으로써 SK㈜의 기업가치 훼손이 예상된다는 우려는 결국 기우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합병이 그렇다고 SK C&C에 불리한 것도 아니다. 돈 들이지 않고 '알짜' 케이파워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케이파워는 지난해에만 337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 중 90%가 넘는 3070억원을 SK㈜에 배당으로 안겨줬다. SK E&S도 배당성향이 24.2%로 낮지 않으나 절대적 금액 면에선 110억원에 불과했다.

강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SK C&C 입장에선 연간 약 180억원의 추가 배당금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