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음반사 중 하나인 영국의 EMI가 또다시 매물로 나오는 신세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 2월 EMI를 인수했던 씨티그룹이 4개월 만에 다시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20일 보도했다. EMI는 이날 회사 경영진이 매각,자본 재구성,기업공개(IPO) 등을 포함한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으나 현재 매각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IPO나 자본 재구성은 만족할 만한 인수 조건을 제시받지 못했을 때나 고려할 대안이기 때문에 사실상 매각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4위의 음반사인 EMI는 비틀스의 음반과 첩보영화 007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테마 음악을 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들어 경영난에 빠진 EMI를 2007년 영국계 사모펀드 테라퍼마가 40억파운드에 인수했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자 테라퍼마는 올 2월 EMI를 씨티그룹에 팔았다. 씨티그룹은 인수 후 구조조정을 통해 EMI의 부채를 34억파운드에서 12억파운드까지 줄였다.

씨티그룹이 EMI를 포기하는 이유는 인터넷의 발달로 음반사가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른 세계적인 음반사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5월에는 세계 3위인 워너뮤직이 33억달러에 러시아의 액세스인더스트리스에 팔렸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