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 스마트폰 카메라 몇 백만 화소에요?" "바보야 문제는 그게 아니야."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연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각 500만화소대였던 갤럭시S의 카메라를 갤럭시S2에서 800만화소로, 아이폰3gs의 300만화소를 아이폰4에서는 5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했다. 파나소닉은 최근 132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한 제품도 공개했다. 연예인과 일반인의 얼굴 비교, 신체 비율, 관상보기 등의 기능을 갖춘 카메라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응용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면서 '폰카'는 1000만명을 훌쩍 넘긴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때문에 각 업체는 이렇게 휴대폰 카메라의 화소를 높이는 경쟁에 돌입하고 있어 15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등장도 머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 시리즈로 사진 촬영시 접사 기능, 다양한 효과, 자주 쓰는 기능 등을 화면에 구성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용 편의성을 높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화소수 외에는 달라진 점은 없다고 전해졌다.

애플 측은 "카메라의 성능을 좌우하는 프로세서 등을 향상시켜오고 있다"며 "아이폰4는 외신들에서 최고의 '똑딱이 카메라'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갤럭시S·S2는 전 세계적으로 1500만대 이상, 아이폰은 1억대 이상이 팔려나갔다고 각사는 밝히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된 갤럭시S2는 시판 40일 만에 국내 개통 1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스마트폰 대중화에 불쏘시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디지털 카메라나 DSLR 카메라를 사지 않고 있을까.

국내외 카메라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와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국내 콤팩트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의 본격 성장 이후 사실상 2~5% 가량 줄어들었지만, 이 수요가 미러리스와 DSLR 카메라 시장으로 흘러가서 채워지고 있는 양상으로 알려졌다.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폰카와 디카는 용도가 다르다"며 "스마트폰이 카메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폰카가 휴대 중에 촬영이 가능한 '임시방편'이라면 카메라는 소비자가 제품 선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고관여 제품'이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하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캐논코리아는 최근 100만원을 호가하는 DSLR 카메라를 국내 홈쇼핑을 통해 7회 연속 매진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누구나 쉽게 전문가와 비슷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제품의 장점이 이번 성과의 주된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절대적인 성능 차이가 해당 시장을 건재케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게 카메라 업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얘기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화소수도 카메라에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이미지 센서의 크기, 렌즈의 성능, 프로세서가 이들간 핵심적인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니에릭슨이 최근 선보인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아크'가 소니 디지털 카메라에 사용되던 엑스모어R CMOS 센서를 탑재했지만 최신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에는 못 미친다"고 말했다.

또 한 카메라 제조업체 관계자는 "갤럭시S2나 아이폰4 카메라 성능이 800만 화소, 500만 화소라서 같은 화소급 똑딱이 카메라 못지 않다는 떠도는 얘기들은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해상도를 결정하는 화소는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최소 단위의 명암 점으로, 큰 화면의 사진을 얻는 것과 연관이 있지만 카메라 성능을 좌우하는 주된 요소는 아니라는 얘기다.

카메라 제조업체 전문가에 따르면 폰카와 디카는 크게 세가지의 차이점이 있다.

우선 사진의 화질을 결정하는 디지털 이미지센서의 크기가 일단 다르다. 폰카는 휴대성을 위해 작은 이미지센서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센서의 면적이 넓을수록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고 노이즈가 적으며 색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폰카는 렌즈의 크기도 작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디카의 줌렌즈는 다양한 형태의 오목렌즈와 볼록렌즈가 모여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폰카의 경우는 렌즈의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렌즈의 매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좋은 화질의 사진을 담아내기가 어렵다. 또 어두운 곳에서는 플래시가 중요한 작용을 한다. 폰카의 경우 광량이 부족해 많은 노이즈가 발생한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촬영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부가 기능의 유무가 꼽힌다. 최신 디카 대부분에는 '손떨림 보정 기능'을 갖추고 있어 흔들린 사진을 얻을 확률을 줄여준다. 게다가 '조리개 우선 촬영', '셔터 우선 촬영' 기능 등 자신만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수동기능도 지원한다.

손숙희 캐논 코리아 컨슈머 이미징 차장은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지만, 사진 자체의 품질에서는 디지털 카메라를 능가하기 어렵다"며 "요즘 콤팩트 카메라들은 폰카에 비해 성능 차이를 보이면서 휴대성도 갖추고 있어 이를 모두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