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00년대 중반 미국과 마찬가지로 단기 금리가 오르는데 장기 금리는 오르지 않는 '그린스펀의 수수께끼' 상황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21일 발표한 '장 · 단기금리 괴리 지속되면 부작용 커질 수 있다'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당시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의 이름을 딴 것으로,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려는데도 시장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FRB는 2004년 6월부터 열일곱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4.25%포인트 높였지만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불과 0.5%포인트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김 연구위원 등은 한은이 작년 7월부터 기준금리를 다섯 번이나 올렸지만 장 · 단기 금리의 반응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작년 7월부터 지난 6월16일까지 양도성 예금증서(CD · 91일물) 금리는 1.10%포인트 상승했지만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같은 기간 3.94%에서 3.61%로 0.33%포인트 되레 떨어졌다.

김 연구위원은 "장 · 단기 금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한하고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