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로 3년간 허리띠를 졸라맸던 유진그룹(회장 유경선 · 사진)이 무거운 빚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제2의 도약'을 선언하고 나섰다. 유경선 회장은 21일 그룹 경영회의에서 "이제 변곡점은 지났다"며 "'유진'이라는 우산 아래 건설소재 · 유통 ·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로 2020년까지 20대 그룹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유진은 작년 말 자산총액 기준으로 재계 서열 47위다. (공기업 제외)

유 회장이 재도약의 각오를 밝힌 건 그룹 계열사들이 '턴어라운드'에 성공,새로운 도전에 나설 준비태세를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진은 지난 달 2년여 만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졸업했다. 이어 최대 계열사인 하이마트가 오는 29일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 하이마트 인수 당시 차입금 상당부분을 해소,310%(2008년 기준)까지 치솟았던 그룹 부채비율을 150%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긴 터널 끝 재무구조'숨통'

유진그룹은 2008년 초 하이마트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하며 부채가 급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해 가을엔 미국발 금융위기가 찾아왔고,모기업인 유진기업의 시멘트 · 레미콘 사업이 '불황 터널'에 빠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돼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외부 차입금은 1조3355억원 규모.연간 600억원 상당의 금융비용을 지불하느라 그룹 전체가 '동맥경화'에 허덕였다. 2009년 6월 주채권은행인 농협 등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로젠택배를 매각(588억원)해 240억원의 매각차익을 남겼고,경영권을 위협받지 않는 수준에서 하이마트 지분 100만주를 아이에이비홀딩스에 매각(500억원)하는 등 경영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유진투자증권도 지난달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 10주를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1주로 병합,저가주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수년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 왔다"며 "이제 긴 터널을 빠져나가는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하이마트 상장으로 재도약 날갯짓

하이마트가 이번에 공모하는 주식(711만4370주) 가운데 신주발행 비중이 63.3%,구주매출 비율이 36.7%이다. 공모가가 주당 5만9000원인 것을 감안하면,이번 공모로 유입되는 총자금은 4135억원(발행 제비용 62억원 제외) 수준이 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가 가져가는 구주매출 비용을 제외하면 하이마트로 유입되는 순수 자금은 2608억원에 달한다. 하이마트는 이 금액을 전액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우선 선순위 차입금 중 농협 차입금 500억원을 상환하기로 했다.

박성규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이번 상장으로 하이마트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모기업인 유진기업도 연결 부채비율이 개선되고 하이마트로부터 유입되는 배당도 많아질 것"이라며 "하이마트 상장으로 유진그룹의 재무 상황이 선순환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