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선 7년 연속 적자…중국 점유율 5%로 하락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고민에 빠졌다. 동북아 3국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2006년 철수했고 일본에서도 2002년 진출 이후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중국 소비시장에서는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중국과 일본 법인의 고위급 임원들로부터 잇따라 사표를 받은 것도 이 같은 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다.
강한 구매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15개국에서 85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월마트가 유독 아시아에서만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뭘까. 창고형 매장이라는 미국식 성공전략을 고집하다 현지화에 실패한 탓이다.
◆일본 · 중국에서 시장지배력 약화
2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노다 도루 월마트 일본법인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지 1년여 만에 최근 물러났다. 후임은 스티브 다쿠스 월마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맡기로 했다. 월마트는 9년 전 일본 유통업체 세이유의 지분 6.1%를 인수하며 일본에 진출했다. 2008년 6월까지 지분을 모두 사들였지만 7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 3월 대지진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중국에선 매출은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떨어졌다. CNBC에 따르면 중국 대형마트 시장에서 월마트의 점유율은 2007년 8%에서 지난해 5%로 하락했다. 1996년 발을 들인 뒤 2008년 흑자로 돌아섰고 올 1분기엔 매출이 12% 늘긴 했지만 장악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중국법인의 롤랜드 로렌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롭 시셀 COO가 물갈이됐다.
한국에는 1998년 진출했지만 2006년 철수했다. 인도는 진입 제한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국에도 매장을 아직 내지 않았다.
◆"무조건 싸다" 안 먹혀
월마트가 아시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요인은 '초대형 매장''항상 싼 가격'이라는 전략에 있었다. 미국에선 성공전략으로 통했지만 품질을 지향하는 일본 소비자들은 오히려 월마트의 상품을 의심했다. CNN머니는 "미국 소비자들은 월마트가 다른 매장과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15~20% 저렴하게 판다고 생각하지만 일본 소비자들은 가격이 싸면 품질도 나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2004년 월마트가 세이유 지분을 사들이면서 직원의 25%를 해고하기로 한 일은 사회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에게 반감을 샀다.
중국에서도 월마트의 전략은 현지 문화와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숀 레인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 대표는 "중국 소비자들은 월마트에서 파는 과일이 노점상보다 비싸고,유기농 매장보다는 품질이 나쁘다고 인식한다"며 포지셔닝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 소매점에서 쇼핑백을 공짜로 주는 것이 금지된 데다 교통 체증이 심해 중국 소비자들은 집 근처에서 소량씩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에도 대처하지 못했다. 이에 중국 월마트는 기존 점포의 3분의 1 수준인 370㎡ 규모의 매장을 선보이기로 했다.
강유현/정성택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