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를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이 일명 '사망채권(death bond,mortality bond)'으로 불리는 해외 생명보험담보부증권(life settlement-backed securities) 펀드에 투자해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운용책임을 진 산은자산운용과는 책임 소재를 놓고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채권에 투자한 기관은 4~5개

2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산은운용은 2007년 2월부터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산은TIPs사모재간접펀드' 1~5호를 출시했다. 이들 펀드는 총 1600억원 규모로 설정됐으며 노동부 1200억여원을 포함해 4~5개 기관이 5년만기로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운용은 이 자금을 생명보험담보부증권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 2~3개에 각각 다시 투자했다. 해외 자산운용사가 실질적인 운용을 맡고 산은운용은 투자한 해외 펀드의 관리와 교체 등을 담당했다. 생명보험담보부증권은 생명보험 가입자의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한 것으로 보험 가입자가 사망할 때 받는 보험금에 따라 수익이 발생한다. 최초 가치 평가 때보다 조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경우 보다 높은 수익을 얻게되는 구조다. 사람은 언젠가 사망하기 때문에 다른 채권처럼 부실화될 가능성은 없지만 생존 기간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있다.

2007년 300억달러에 달하던 생명보험담보부증권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위축됐다. 생명보험담보부증권을 시장에 매각하기 힘들어지고 현금화한다고 해도 헐값에 팔아야하는 처지에 몰렸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시장에서 생명보험담보부증권을 사려는 투자자가 적어 당장 증권을 팔아 현금화할 경우 최소 20% 이상 손실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환매제약' 고지 여부가 쟁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운용사는 중도 환매를 자제해 달라고 산은운용에 요청했다. 환매를 요청하면 증권을 시장에서 팔아야 하는데 그럴 경우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산은운용 관계자는 "생명보험담보부증권 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수자 위주로 바뀌면서 현재 가치대로 팔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해외 운용사는 사망보험금을 쌓아 정상적인 환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도 환매를 억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기관들은 내년 2월부터 돌아오는 펀드의 만기 이후에도 정상적인 운용이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손실을 확정하고 털고 나오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판단,일부는 환매를 요청했다.

노동부 등 기관투자가들은 산은운용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 여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운용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환매에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렸지만,산은운용이 실질적인 수익자인 기관들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환매 제약 등 중요한 운용 상황의 변화를 제때 알리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산은운용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안서에 이미 환매 제약의 위험이 고지되어 있으며 운용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고 해명했다.

☞ 생명보험담보부증권

life settlement-backed securities.생명보험 가입자의 사망보험금이 투자 대상이라 사망채권으로도 불린다. 해약을 원하는 보험계약을 사들여 이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한 증권이다. 미국 등에서는 허용돼 있지만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서정환/박성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