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지가 선정한 미국 내 500대 기업 가운데 41%가 이민자나 이민자 자녀가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제조사기관인 '새로운 미국 경제를 위한 파트너(PNAE)'가 '뉴 아메리칸 포천 500'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 비율은 1850년 이후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태어난 미국인 인구의 비중이 평균 10.5%인 점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자유시장경제의 높은 사회적 모빌리티,그리고 개방과 보편 가치를 추구하는 미국의 힘을 증명하는 지표들이다.

이민자 출신으로 거부로 성장한 사람들이 미국처럼 많은 나라도 없다. 매년 미국 최고의 부자 400명을 선정하는 포브스 400에 이민자들이 대거 포함된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지난 25년 동안 포브스 400대 부호에 포함된 1320명 중 해외 이민자는 100명에 이를 정도다. 이민자들의 높은 사회적 성취는 빈부 격차에 대한 일부 수치들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장래를 낙관하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빈부 격차에 관한 통계들도 하층으로 유입되는 거대한 이민자 그룹 때문에 발생하는 통계적 착시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주요 대학의 지적 경쟁력도 주목할 대목이다. 전 세계에서 밀려들고 있는 유학생 역시 미국 경제에 수많은 혁신을 가져다 주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도 그렇고 IT혁명을 가능케 한 애플 인텔 구글 아마존닷컴 오라클 등 수많은 기업들도 이민자와 유학생 그리고 그 자녀들에 의해 탄생한 것들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인도 빼놓을 수 없다.

역시 미국이 갖는 높은 수준의 개방성이 관건이다. 이는 이방인을 배척하고 과거 식민지 출신 이민자들을 다시 내부 식민화하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과는 수준이 다른 것이다. 미국의 사례는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현실을 반추시켜 주고도 있다. 저출산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이민 문제에는 여전히 배타적이다. 고급인력은 국외로 빠져나가고 본국 회귀는 줄어든다. 기업가 정신이 추락하면서 창업 1세대가 당대에 대기업가로 성장한 사례가 STX 정도에 불과하다. 사회 모빌리티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규제와 보호가 생태계를 죽이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지만 미국의 높은 개방성과 역동성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