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주인 찾기' 작업이 1년4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출자전환주식 공동관리협의회(이하 채권단)는 21일 하이닉스 매각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채권단은 이날 매각공고를 통해 "내달 초 입찰대상자를 가린 뒤 8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올해 말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2009년 9월과 작년 1월에도 매각을 진행했으나,인수 희망기업의 중도 포기 등의 이유로 무산됐었다.

◆인수 예상가 최소 2조6000억원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이날 매각공고를 낸 뒤 기자들과 만나 하이닉스 매각 방식을 공개했다. 우선 입찰방식과 관련,경쟁입찰자가 나타나지 않고 단독입찰만 이뤄져도 매각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유 사장은 이달 초에는 "단독 입찰자만 나오면 2주 정도 기한을 연장한 뒤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계약을 마무리짓겠다"고 했었는데,이 방침을 바꾼 것이다. '인수전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원매자가 나타나면 하이닉스 매각절차는 진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분매각 방식도 공개했다. 유 사장은 "채권단이 보유한 구주 15%를 매각하는 게 기본 가이드라인"이라며 "다만 인수희망 기업에서 신주를 인수하겠다고 하면 구주 7.5% 이상을 의무적으로 사는 조건 아래 신주 7.5~10%를 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주발행시 할인혜택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지분매각 방식은 △구주 15% △구주 7.5%+신주 7.5% △구주 7.5%+신주 10% △구주 15%+신주 10% 등 네 가지 방안 중 하나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현재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9개 채권단이 보유한 하이닉스 지분은 15%(8844만8356주)다. 21일 종가(2만5900원) 기준으로 하면 원매자가 채권단 지분을 모두 사는 데 2조2908억원이 든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3000억~4000억원으로 산정하면 예상 매각가는 2조6000억~2조7000억원이 된다. 원매자 측이 구주매각과 신주발행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빼면 최소 2조2908억원(구주 7.5%+신주 7.5%),최대 3조8332억원(구주 15%+신주 10%)이면 하이닉스를 인수할 수 있다.

◆누가 들어올까

최대 관심은 '어떤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냐'이다. 채권단은 입찰공고를 앞두고 삼성을 제외한 10대 그룹을 모두 접촉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기업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당시 입찰 참여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하이닉스 인수 의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2009년 9월 인수전에 단독입찰했다가 인수의사를 철회했던 효성도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 밖에 현대자동차와 SK,한화,GS,LG 등도 인수후보군으로 꼽히지만 해당 기업들은 "인수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가능성은 '반반'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태명/안대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