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섬유(화섬) 산업은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의류를 중심으로 한 과거 수요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섬유제품으로 제품 구성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산업용 섬유는 크게 전기전자용 광학필름,친환경 소재 필터,산업자재 관련 탄소섬유,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품목은 앞으로 국내 화섬업체의 성장을 이끌 주요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중국 화섬산업의 빠른 성장은 국내 기업의 산업용 섬유제품 개발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범용 화섬제품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화섬업계는 생존을 위한 절박함에서 사업 다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 구조조정으로 패러다임 변화


국내 화섬산업은 1990년대 말부터 만성적인 공급 과잉과 외환위기에 따른 1차 구조조정에 직면했다. 2003년부터는 유가 급등에 따른 원료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악화시키면서 설비 감축 등 2차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이후 화섬업계는 기존 저부가가치의 범용 화섬사업을 축소하고 차세대 첨단 소재산업에 대한 집중을 통해 신성장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있다.

우선 국내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가 화섬업계에도 새로운 기회다. 국내 전자회사들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소재 국산화에서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LCD 패널에는 광학용 필름인 확산필름과 프리즘필름,베이스필름,TAC 등이 쓰인다. 국내에서는 효성이 TAC필름을 생산하고 있으며 SKC코오롱피아이는 폴리이미드필름,코오롱인더스트리가 베이스필름을 각각 만들고 있다.

휴비스와 웅진케미칼 등은 친환경 소재 필터와 아라미드 등 고기능성 원사 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친환경 필터 사업은 앞으로 성장성이 높을 전망이다. 2018년에는 세계 시장 규모가 113조원으로 반도체 D램 시장의 4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나 LCD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 처리에서부터 자동차용 2차전지 분리막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웅진케미칼은 역삼투막과 정밀여과막 개발을 통해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 있으며,제일모직도 해당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슈퍼 섬유'로 불리기도 하는 아라미드 역시 화섬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분야다. 국내 1위 폴리에스터 생산업체인 휴비스가 1000t의 아라미드 생산 규모를 확보하고 있으며 효성은 1000t,코오롱이 5000t 규모의 생산설비를 각각 갖췄다.

◆탄소섬유 등이 미래 먹을거리


'꿈의 소재'라고 불리는 탄소섬유 분야에서는 효성이 선도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강철의 20%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나 높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탄소섬유는 자동차 항공기 등 다양한 산업제품에 쓰이며 빠른 속도로 활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가능성이 높은 분야지만 국내 기업들은 최근까지 관련 제품 개발에 소극적인 편이며,효성이 가장 앞서고 있다. 전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연 5만t(20억달러) 규모이며,국내 시장은 2400t가량이다.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은 도레이 미쓰비시 레이온 데이진 등 일본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효성이 최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효성은 2500억원을 투입해 2013년까지 생산능력을 2000t으로 늘릴 예정이다. 2020년까지는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1만7000t에 달하는 대규모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고기능성 섬유인 스판덱스도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연 36만t이며,중국이 이 가운데 절반을 소비하고 있다. 스판덱스는 1995년까지만 해도 연 1500t에 불과했던 중국의 소비량이 급격히 성장한 것에서 보듯이 글로벌 경제발전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다. 국내에서도 한 해 2만4000t을 소비하고 있으며 터키 브라질 등도 스판덱스 주요 소비 시장으로 꼽힌다.

세계시장에서 스판덱스 공급량은 효성이 연 11만여t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인비스타는 9만8000t,TK캐미칼은 1만8000t을 생산 중이다. 커지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여러 기업들이 앞다퉈 생산설비를 증설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수급 균형은 양호하게 유지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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