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은 630만명이었다. 10년 전보다 6배 늘었다. 졸업생의 40%는 이공계다. 그런데도 인재 때문에 난리다. 중국 정부는 2008년부터 해외 체류 중인 유학파를 중심으로 대가(大家)급 인재 1000명 이상을 유치하는 '천인계획(千人計劃 · 1000인 프로젝트)'을 가동 중이다. 지방 정부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지방정부끼리도 인재 유치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의 '베이징해외인재유치센터'.베이징시가 2008년 문을 연 이곳은 매년 400~500명의 인재를 영입하는 게 목표다.

최고급 인재에겐 100만위안(1억7000만원),우수 인재(창업인재)에겐 10만위안(1700만원)의 지원금을 내걸었다. 원래 베이징 태생이 아니면 받기 힘든 베이징 시민권도 준다. 지난 1일 이곳을 찾은 취재팀에 왕위 부센터장은 "45세 이하의 유명 대학교수나 박사급 인재가 핵심 유치 대상"이라며 "지금까지 160명가량이 최고급 인재로 선발됐다"고 말했다.

베이징뿐 아니다. 각 성과 주요 도시들도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며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동북부의 랴오닝성은 매년 10여명의 최고급 인재를 선발해 500만위안(8억5000만원)의 창업자금과 50만위안의 이주비,5년간 월 5000위안의 생활비,150㎡(45평)짜리 공짜 아파트를 준다. 장쑤성은 첨단산업 관련 창업자에게 100만~300만위안의 자금을 지원한다.

◆이중삼중 인센티브

중앙 정부의 천인계획은 지방 정부와는 별개다. 천인계획 인재로 뽑히면 우선 100만위안의 정착금과 해외 근무 당시 기본연봉이 보장된다. 정부가 배우자 직장을 알아봐주고 주택자금과 자녀교육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해주는 등 총 12가지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혜택은 기본일 뿐이다. 천인계획에 뽑힐 정도의 고급 인재는 대개 지방 정부나 각 대학이 별도로 진행하는 인재 유치 프로그램에 함께 선발돼 이중삼중으로 혜택을 누릴 때가 많다. 예컨대 천인계획에 뽑힌 학자가 베이징시의 최고급 인재로 선정되면 100만위안씩 총 200만위안을 일시에 받게 된다는 얘기다.

'창장(長江)학자 장려계획' 같은 프로그램도 인재 유치에 동원된다. 중국 교육부가 1998년부터 홍콩 재벌 리자청과 손잡고 만든 제도다.

창장학자에 뽑힌 교수는 연구 실적에 따라 매년 50만~100만위안의 상금을 거머쥘 수 있다.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중국 대학 평가 땐 천인계획이나 창장학자에 뽑힌 교수를 몇 명이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라며 "이런 학자에 뽑히면 대학 측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준다"고 말했다.

◆인재 부르는 중국의 고성장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 · 개방 정책 이후 지난해까지 33년간 해외로 나간 중국 유학생은 190만명,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이른바 '하이구이(海歸 · 해외에서 귀국한 인재)'는 총 63만명이다. 이 중 33%인 21만명이 2008년 이후 컴백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자리와 100만달러의 연구비를 버리고 칭화대로 옮긴 세계적 생물학자 스이궁 교수,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돌아온 라오이 베이징대 생명과학원장 같은 천인계획을 상징하는 스타급 인재도 이때 컴백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인재 유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하이구이 증가가 정부 지원 때문만은 아니다. 12년간의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2003년 귀국한 장페이주(45)는 정부 지원과 함께 '중국의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등에서 일자리 안정성이 떨어진 반면 중국은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고급 일자리와 돈 되는 사업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