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은 다방면에 걸쳐 경영혁신을 단행하면서 정보기술(IT)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갖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 아이폰 도입,클라우드 컴퓨팅 투자 등을 통해 경쟁사를 압박하는 것이나 산업 전반의 지형을 바꾸는 결정을 내리는 모습은 리스크를 떠안은 오너 경영자의 카리스마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도 있다.

그의 이런 모습 이면에는 인생의 키워드로 삼고 있는 '기개'가 숨어 있다. 경북 성주 출신인 이 회장은 대구의 삼촌댁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는 6학년 때 '삼국지'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읽었다고 한다. 시험 준비 안 한다고 야단을 맞자 몰래 숨어서 읽을 정도로 탐독을 거듭했다. 그가 삼국지에서 뽑아낸 키워드는 '저항에 꺾이지 않는 기개'였다. 이는 향후 이 회장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는 KT 회장이 된 직후 한 기고문에서 "관우가 보여준 신의,절개에 크게 감복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모습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1990년대 초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시절 파도처럼 밀려오는 저항과 반대를 무릅쓰고 개혁을 완수한 이면에는 삼국지에서 배운 전략 전술이 있었다"고 말했다.

1992년 그는 국가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경제기획원 예산실장에 올랐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에선 인천국제공항 건설과 고속철도 건설에 들어가는 예산을 대도시 지하철 건설비로 돌리자는 요구가 거셌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안 된다"고 버텼다. 지금은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성장해 국가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투자효과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그는 달변가이면서도 과단성 있는 일 처리로 '경제기획원의 마지막 투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