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효성] 이상운 "세계 1위 제품 확대…최고의 소재ㆍ그린에너지 기업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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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사내에서 '고속도로 같은 추진력'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커다란 이민가방에 샘플을 잔뜩 담아 중동을 누비며 섬유 신시장을 개척한 덕에 '미래 사장감'으로 꼽혔다. 과장 때는 연간 3000만달러였던 수출 규모를 3년 만에 1억달러로 불리기도 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자금담당 임원으로 구조조정 작업의 실무 총괄을 맡았다. 1999년 전무로 승진하며 조석래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그는 2002년 효성의 대표이사에 오른 뒤 올해로 9년째를 맞고 있다. 이 기간 중 효성은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에서 세계 1위에 오르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부회장은 "2020년 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이 되는 것이 효성의 성장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중공업 부문이 급성장하면서 효성의 성장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노후화한 전력기기의 교체 수요가 늘고 있는 미주지역은 물론 SOC(사회간접자본) 설비를 확충하고 있는 중동,경제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 인도 · 남미 등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고객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내셔널그리드로부터 초고압 변압기 공급자로 선정됐습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보다 50~60년 이상 앞선 역사와 함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유럽 선진업체들을 제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
▼스판덱스 부문이 지난해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효성의 '크레오라'가 전 세계 시장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였지만 세계 최고 품질이라는 목표 아래 장기적 안목을 갖고 사업을 해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품질,서비스,브랜드 마케팅 등을 동시에 강화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고품질 원사(原絲)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자싱,광둥,주하이를 비롯해 베트남 터키에 있는 현지 생산기지도 강점입니다. 올 하반기 브라질 공장이 완공되면 미주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30개 가까운 기업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어 1등이라고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에요. "
▼타이어코드에 이어 최근엔 스틸코드 공장을 인수했는데.
"동남아 등 저가 시장에 안주하기보다는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의 고가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미쉐린,굿이어,브리지스톤 등 타이어 시장의 글로벌 톱 메이커들과도 굳건한 신뢰관계를 쌓고 있고요. 장기 공급 계약은 제품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타이어에 들어가는 부품은 짧게는 1년,길게는 3년여에 걸쳐 셀 수 없을 만큼의 테스트를 한 뒤에 납품이 가능합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죠.효성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 고객들은 기술과 우수성을 믿어줬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
▼추가 M&A(인수 · 합병) 계획은 어떤 게 있습니까.
"M&A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역량과 인수 대상 기업의 역량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미쉐린,굿이어 등 글로벌 기업들과 M&A를 추진함으로써 타이어코드 세계 1위를 확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앞으로도 이런 원칙에 따라 진행할 것입니다. "
▼중국의 추격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한국의 섬유,화학산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합니까.
"중국 업체들은 엄청난 규모의 증설,우리보다 훨씬 더 낮은 임금체계,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도 더 자본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우리와 모든 시장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한국의 섬유,화학산업은 중국 업체들의 능력이 아직 미치지 못하는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분야를 찾아내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효성도 이 방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제품 원가를 낮출 때 우리는 기술과 생산성을 통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
▼5년,10년 뒤 효성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지난 5년간 효성은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외형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이런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 목표입니다. 2020년엔 세계 최고의 첨단소재 및 그린에너지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스판덱스,타이어코드에 이어 모든 부문에서 1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재산업을 리드하고,세계 최고 수준의 R&D(연구 · 개발) 인력을 육성할 것입니다. "
▼CEO와 직원들 간의 소통 방식도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매달 이메일과 사보를 통해 전달하는 CEO 레터가 어느새 70회를 넘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레터를 쓰는 이유는 조직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역량을 결집해야만 경쟁력을 갖고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CEO 레터를 보내면 직원들이 매달 수십건씩 느낀 점이나 건의할 사항 등을 보내옵니다. 회사의 문제점에 대해 신랄히 비판하는 내용도 있고,스스로 개선점을 만들어 설명해주는 사원도 있습니다. 그런 내용들을 소중히 받아 실제 경영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효성은 나눔과 봉사 문화를 정착시켜 더불어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는 사회공헌활동의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사랑의 쌀이나 밑반찬 전달,헌혈 등과 같은 지역사회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 활동과 함께 미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희망나눔학교,공부방 어린이 지원,대학생봉사단 후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업장이 많다 보니 해외 빈민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요. 해외 결식 아동 지원 프로그램인 '테이블 포 투(table for two)'와 함께 해외 장애인 무료 진료사업 등을 진행 중입니다. "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
1998년 외환위기 때 자금담당 임원으로 구조조정 작업의 실무 총괄을 맡았다. 1999년 전무로 승진하며 조석래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그는 2002년 효성의 대표이사에 오른 뒤 올해로 9년째를 맞고 있다. 이 기간 중 효성은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에서 세계 1위에 오르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부회장은 "2020년 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이 되는 것이 효성의 성장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중공업 부문이 급성장하면서 효성의 성장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노후화한 전력기기의 교체 수요가 늘고 있는 미주지역은 물론 SOC(사회간접자본) 설비를 확충하고 있는 중동,경제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 인도 · 남미 등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고객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내셔널그리드로부터 초고압 변압기 공급자로 선정됐습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보다 50~60년 이상 앞선 역사와 함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유럽 선진업체들을 제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
▼스판덱스 부문이 지난해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효성의 '크레오라'가 전 세계 시장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였지만 세계 최고 품질이라는 목표 아래 장기적 안목을 갖고 사업을 해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품질,서비스,브랜드 마케팅 등을 동시에 강화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고품질 원사(原絲)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자싱,광둥,주하이를 비롯해 베트남 터키에 있는 현지 생산기지도 강점입니다. 올 하반기 브라질 공장이 완공되면 미주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30개 가까운 기업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어 1등이라고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에요. "
▼타이어코드에 이어 최근엔 스틸코드 공장을 인수했는데.
"동남아 등 저가 시장에 안주하기보다는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의 고가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미쉐린,굿이어,브리지스톤 등 타이어 시장의 글로벌 톱 메이커들과도 굳건한 신뢰관계를 쌓고 있고요. 장기 공급 계약은 제품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타이어에 들어가는 부품은 짧게는 1년,길게는 3년여에 걸쳐 셀 수 없을 만큼의 테스트를 한 뒤에 납품이 가능합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죠.효성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 고객들은 기술과 우수성을 믿어줬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
▼추가 M&A(인수 · 합병) 계획은 어떤 게 있습니까.
"M&A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역량과 인수 대상 기업의 역량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미쉐린,굿이어 등 글로벌 기업들과 M&A를 추진함으로써 타이어코드 세계 1위를 확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앞으로도 이런 원칙에 따라 진행할 것입니다. "
▼중국의 추격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한국의 섬유,화학산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합니까.
"중국 업체들은 엄청난 규모의 증설,우리보다 훨씬 더 낮은 임금체계,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도 더 자본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우리와 모든 시장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한국의 섬유,화학산업은 중국 업체들의 능력이 아직 미치지 못하는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분야를 찾아내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효성도 이 방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제품 원가를 낮출 때 우리는 기술과 생산성을 통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
▼5년,10년 뒤 효성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지난 5년간 효성은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외형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이런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 목표입니다. 2020년엔 세계 최고의 첨단소재 및 그린에너지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스판덱스,타이어코드에 이어 모든 부문에서 1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재산업을 리드하고,세계 최고 수준의 R&D(연구 · 개발) 인력을 육성할 것입니다. "
▼CEO와 직원들 간의 소통 방식도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매달 이메일과 사보를 통해 전달하는 CEO 레터가 어느새 70회를 넘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레터를 쓰는 이유는 조직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역량을 결집해야만 경쟁력을 갖고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CEO 레터를 보내면 직원들이 매달 수십건씩 느낀 점이나 건의할 사항 등을 보내옵니다. 회사의 문제점에 대해 신랄히 비판하는 내용도 있고,스스로 개선점을 만들어 설명해주는 사원도 있습니다. 그런 내용들을 소중히 받아 실제 경영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효성은 나눔과 봉사 문화를 정착시켜 더불어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는 사회공헌활동의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사랑의 쌀이나 밑반찬 전달,헌혈 등과 같은 지역사회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 활동과 함께 미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희망나눔학교,공부방 어린이 지원,대학생봉사단 후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업장이 많다 보니 해외 빈민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요. 해외 결식 아동 지원 프로그램인 '테이블 포 투(table for two)'와 함께 해외 장애인 무료 진료사업 등을 진행 중입니다. "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