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매각 과정 중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는 이영필 잘만테크 대표가 다시 비교적 안정적 지분을 확보했다. 유상증자와 장내매수 등을 통해 지분율이 20%를 넘어섰다. 사라진 지분은 다시 채워 넣었지만,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잘만테크는 22일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법원이 인가함에 따라 이 대표가 회사 주식 175만6756주를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기존 주식을 합해 총 263만230주(20.31%)를 보유하게 될 예정이다.

잘만테크는 지난 4월 이 대표를 상대로 한 26억원 규모의 제 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 유상증자는 이 대표가 회사를 상대로 대여한 차입금 채권을 현물출자 하는 형태여서 법원의 인가가 필요했다. 지난 17일 법원 인가가 떨어지면서 내달 중순 이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으나 계약금 45억원만 받은 뒤 지분을 모두 양수인 측에 빼앗겼다고 주장했었다.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한 지분과 잔금이 이 대표 동의 없이 무단 인출된 것.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다시 지분을 되찾으려 했으나 이미 대부분이 장내에서 매각된 것으로 판단, 분실신고를 하지 않았다. 대신 증자와 장내매수로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대표는 이번 경영권 매각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사실 그가 실질적으로 본 손해는 크지 않아 보인다. 지분을 다시 늘리는 과정에서 들인 자금이 30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되서다. 이에 비해 계약금으로 받은 돈은 45억원에 달한다. 오히려 남는 장사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소송 진행 비용과 기회비용, 일련의 사태 이후 주가 하락, 심리적 충격 등은 이 대표가 추가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가 받은 타격이 비하면 다른 주주들의 피해는 훨씬 막대하다 할 수 있다.

작년 3월 1000억원에 육박했던 잘만테크의 시가총액은 경영권 매각계약 직전인 3월초 2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고, 최근에는 150억원에도 못미치고 있다. 업황 악화도 있었지만 경영권 매각을 염두하고 있어 사실상 회사 경영을 크게 신경쓰지 못 한 것도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의 빌미가 됐다.

그는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명예를 걸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떨어진 주가 만큼이나 바닥까지 내려앉은 시장 신뢰가 회복될 지 지켜볼 일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